‘동백꽃 할머니’로 알려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사진) 할머니가 노환으로 4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최고령이었다. 생존 위안부 피해자는 38명으로 줄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백꽃 이순덕 할머니가 이날 오전 7시40분 한국나이 100세로 운명했다”며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승소를 이끌었던 일본 관부재판의 마지막 원고”라고 썼다.
1918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6세 때 “쌀밥, 좋은 옷을 준다”는 일본인의 말에 속아 일본군에 끌려갔다. 만주와 상하이를 옮겨 다니며 고초를 겪다 1945년 광복 후 귀국했다.
위안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할머니는 세계 곳곳을 돌며 자신이 겪은 일들을 증언했다. 1991년에는 위안부 피해자 9명과 함께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5년5개월 동안 법정 투쟁 끝에 광복 이후 처음으로 배상금 30만엔 지급 판결을 이끌었다.
이 할머니는 추운 겨울에도 지지 않는 동백을 닮아 동백꽃 할머니라고 불렸다.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우리집에서 지내오다 노환이 심해진 2014년부터는 주변 요양병원에서 생활했다.
이날 이 할머니의 빈소에는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찾아와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에 앞장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름을 조객록에 대신 적었다. 인터넷 매체 ‘미디어몽구’는 트위터에서 “조문 오지도 않은 윤 장관의 이름이 조객록에 적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마다 외교부에서는 동북아국장이 장관을 대신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조의금을 내왔다”며 “함께 조의를 표했다는 의미로 조객록에 윤 장관의 이름을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주환 조성은 기자 johnny@kmib.co.kr
위안부 이순덕 할머니 별세… 윤병세 외교 이름 조객록에 대신 적어 구설
입력 2017-04-04 20:25 수정 2017-04-05 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