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우리 군의 내부용 인트라넷(국방망)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북한 추정 해커에게 뚫린 사건이 있었다. 1급 기밀인 ‘작전계획 5027(작계 5027)’과 국방부 장관의 PC 내용까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당시 “유출된 자료 중에 비밀 자료가 있지만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 하지만 군 수뇌부의 해명과 달리 해킹된 군사기밀 자료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검찰단·기무사령부·국정원 등 합동조사단은 지난해 있었던 해킹 사건에 대한 6개월여간의 조사 결과 ‘작계 5027’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최근 한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국방부 검찰단 등이 해킹 사건과 관련한 인원 등 40여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 왔고 이제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며 “작계 일부가 유출된 의혹들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출된 작계 등의 전면 수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합동 조사 결과 국방망의 일부 PC에 악성코드가 심어진 것이 확인됐고 감염된 PC는 한 장관의 PC를 포함한 인터넷용 PC 2500여대, 인트라넷용 PC 700여대였다.
북한의 기습 도발 등으로 전면전이 발생했을 경우 미군의 전시 증원 계획이 담긴 ‘작계 5027’이 유출된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군은 2개월여가 지나서야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 이런 한심한 군에 우리 안보를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북한의 사이버 관련 인원은 우리보다 10배나 많은 6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해킹이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의 대응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사이버 자주 국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이버전에 대비한 조직과 인력, 예산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과 보완이 절실하다.
[사설] 北 해킹으로 ‘작전계획 5027’까지 유출됐다니
입력 2017-04-04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