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발(發) 미분양 공포가 가시화되고 있다. 부산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 분양 단지에서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올 하반기 공급물량 과잉으로 청약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미분양 관리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청약경쟁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청약을 진행한 37개 단지 중 18곳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일부 세대를 제외하고 1순위에서 마감한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가 대다수였다. 특히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분양한 ‘음성 생극 태경 에코그린’의 경우 총 104가구를 분양했지만 1순위뿐 아니라 2순위에서도 청약 접수자가 한 명도 없었다. 경북 칠곡군에서 68가구를 공급하는 ‘칠곡 왜관드림뷰’도 청약접수자가 10명에 그쳐 전 주택형이 미분양됐다. 충북 청주시의 ‘흥덕 파크자이’는 635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청약자가 66명에 그쳐 10%대 청약률을 보였다.
반면 지방이라도 부산과 평택 등 인기 있는 일부 지역 단지는 최대 수백대 1의 경쟁률을 자랑했다. 지난달 부산 부산진구초읍동에서 481가구를 분양하는 ‘부산 연지 꿈에그린’ 청약에는 10만9805명이 몰려 올 들어 가장 높은 평균 2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 해운대 롯데캐슬 스타’는 57.9대 1, 평택고덕국제신도시의 ‘고덕파라곤’은 49.4대 1의 경쟁률로 화려하게 청약을 마감했다. 조기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수요자의 불안감이 겹쳐 지방 내에서도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 미분양 사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4만3049가구로 전년 동월(3만132가구)보다 1만2917가구 늘었다. 준공 후에도 집 주인을 찾지 못해 이른바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같은 기간 3753가구에서 4989가구로 증가했다.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량 과다가 주 원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방의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14년 21만840가구, 2015년 24만6767가구, 2016년 22만7785가구 등으로 3년 연속 20만 가구 이상이 공급됐다.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9만1000가구인데 이 중 올 하반기에만 59%에 달하는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건설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분양 호황이라 지방을 중심으로 한 분양 계획이 올해도 많았는데 연초부터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정해진 일정을 바꿀 수는 없어 애만 태우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미분양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늘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인허가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지방 강타한 미분양 쓰나미
입력 2017-04-0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