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년전 오늘 첫발을 내딛은 그 자리에서…

입력 2017-04-05 00:00

1885년 4월 5일 부활 주일 오후 3시. 미국 북장로교 호레이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와 북감리회 헨리 게르하르트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 부부가 제물포항에 도착했다. 흐리고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당시 개항장 제물포는 분주했다. 아펜젤러는 임신한 부인부터 챙겼다. 아내 엘라를 위해 찾은 숙소는 일본인 해운업자가 운영하는 대불(大佛)호텔이었다.

최종 목적지인 서울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제물포에는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미국 군함 오씨피호가 정박해 있었고 함장 맥글렌시는 아펜젤러 부부의 서울행을 만류했다. 몇 달 전 발생한 갑신정변의 여파로 정세가 불안정했던 시절이었다. 미국 공사였던 포크도 항구를 벗어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어쩔 수 없이 언더우드만 서울로 들어갔고 아펜젤러 부부는 제물포에서 5일을 머물다 일본으로 되돌아갔고 두 달 후인 6월 20일에야 제물포로 돌아왔다.

아펜젤러 부부는 제물포 인근의 초가집에 임시로 거주하며 입경을 준비했다. 이 초가집은 지금의 내리교회가 시작된 장소이기도 하다. 7월 7일, 아펜젤러는 화물로 도착한 오르간을 펼쳐 ‘만복의 근원 하나님’ 등 찬송을 연주했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교파는 달랐으나 가장 친근한 한국선교의 동반자였다. 이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개척전도와 의료, 교육 사업을 시작하며 초기 한국 근대화와 교회 부흥의 초석을 놓았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내한을 기념해 5일, ‘제물포 문화 선교 축제’가 펼쳐진다. ㈔제물포문화선교사업위원회(위원장 노신래 감리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인천서지방회와 함께 이날 오후 4시부터 8시30분까지 선교사 입항 기념식과 도보행진, 연합수요예배와 열린음악회를 개최한다. 행사는 올해로 10회째다.

선교사 입항 기념식은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기독교100주년기념탑에서 열린다. 기념탑은 1986년 3월 30일 부활주일에 건립됐다.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첫발을 내딛었던 그 자리에 세워졌다. 기념탑을 출발해 대불호텔(복원공사 중)과 인천 내리교회 구간을 도보로 답사한다.

저녁에는 내리교회에서 연합수요예배와 열린음악회가 개최된다. 7시부터 시작되는 열린음악회는 성악가 이연성을 비롯해 팝페라 공연팀 블레스(BLESS), 합창단 서울챔버싱어즈, 타악기 연주단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 탈북 아코디언 연주가 이철옥씨 등이 출연한다. 유율 국악앙상블의 공연과 진윤경의 태평소 연주도 이어진다.

노신래 위원장은 “이번 문화선교 축제는 인천을 통한 기독교의 시작이라는 역사를 부각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세계 선교와 기독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