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10년 만에 우승컵 들었다… 챔프결정전서 대한항공 제압

입력 2017-04-03 23:49
현대캐피탈 선수단이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우승한 후 환호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챔피언 타이틀이 걸려 있는 최종 5차전. 명승부였다. 현대캐피탈 ‘최태웅의 아이들’은 경기를 즐겼다. 코트를 놀이터 삼아 신나게 놀았다. 4세트 24-20에서 현대캐피탈 신영석이 블로킹으로 매치포인트를 올리자 놀이는 환희의 눈물로 결실을 맺었다. 현대캐피탈이 10년 만에 챔피언에 등극했다.

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 1(24-26 27-25 25-22 25-20)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2006-2007 시즌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후 3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토종 거포’ 문성민은 기자단 투표에서 29표 중 26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2015년 4월 현대캐피탈 사령탑에 오른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이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했기에 ‘스피드 배구’를 도입할 수 있었다.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꾼 문성민은 센터의 전유물이던 속공까지 선보이며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문성민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9득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2차전과 4차전에서 각각 36득점과 27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시리즈 전적을 2-2로 만들었다. 5차전에서도 23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문성민은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무려 125득점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현대캐피탈의 우승 주역은 누가 뭐래도 최 감독이다. 2015년 4월 현대캐피탈 사령탑에 오른 최태웅 감독은 팀에 ‘스피드 배구’를 이식했다. 지난 시즌 막판 18연승을 내달리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하지만 ‘막내’ OK저축은행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1승3패를 기록하며 우승컵을 내줬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스피드 배구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토종 공격수 문성민에게 볼을 몰아주는 ‘몰빵 배구’로 승부를 걸었다. 단기전에서 선수층이 두터운 대한항공을 꺾자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문성민의 공격점유율은 2차전 4세트에서 84.6%까지 치솟았다.

41세인 최 감독은 때로는 엄격한 카리스마로, 때로는 부드러운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장악해 2년 차에 챔피언 우승컵을 거머쥐며 최연소 우승 감독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문 최 감독은 “문성민을 중심으로 우리 선수들이 똘똘 뭉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며 “4차전부터 정규리그 때의 리듬감이 살아났다. 오늘도 그 리듬감으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창단 우승 및 통합우승에 실패한 대한항공 선수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특히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다 2-3으로 역전패한 것이 뼈아팠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