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군부독재→ 재벌 ‘권력 돌려막기’ 끊겠다는 文

입력 2017-04-03 21:44 수정 2017-04-03 23:40
지난해 6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히말라야 트레킹 당시 동행했던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로부터 “왜 정치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묵묵히 걷기만 하던 그는 30분 만에 “주류를 바꾸고 싶어서요”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흘렀다. 문 후보는 3일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대한민국 주류를 바꾸고 싶어서 정치를 결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토록 혐오했던 정치에 도전해 대선 후보로 나서게 만들었던 그 주류의 정체는 무엇일까.

문 후보는 “적폐 연대의 정권 연장을 막고 위대한 국민의 나라로 가야 한다”면서 주류 교체를 선언했다. 이는 대한민국 기득권 주류의 ‘권력 돌려막기’를 끝내고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길게는 친일 세력이 군부독재 세력으로, 다시 재벌 세력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기득권을 유지한 채 권력을 길들여온 체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문재인 캠프 핵심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정의로운 통합’을 목표로 밝힌 것은 기형적 기득권 세력의 청산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친일·독재·재벌 등 국민에게 주어진 권력을 좀먹는 세력으로부터 주류 권력을 빼앗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보수 기득권층의 저항을 무너뜨리는 데 국민의 결집된 힘이 가장 컸다고 보고 경선 승리의 공을 ‘촛불 국민’에게 돌렸다. 또 수락연설 내내 이런 부채 의식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호소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국민이 집권해야 정권교체”라고 정의했고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국민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한 정치 질서나 특권 대신 상식과 정의가 국가운영의 기틀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문 후보는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 이런 국민들이 주류가 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

문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매머드 캠프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본부 사이의 교통정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 중심의 선거를 치르겠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본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가 구성되고 인재 영입은 더욱 광폭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섀도 캐비닛 구상에 대해선 “지금 말하는 것은 이르다. 지금 우리는 넓어지고 있는 중”이라며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던 사람 가운데서도 훌륭한 분은 발탁될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이어진 방송사 인터뷰에선 아들 취업 특혜 논란을 묻는 질문에 “2010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고용노동부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설립된 2006년 이후의 모든 입사 사례를 감사했고, 아들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가만둘 리 없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지자들의 ‘문자 테러’에 대해선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