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대연정’ 새 정치 철학 제시

입력 2017-04-03 22:06
안희정 충남지사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수도권·강원·제주권역 선출대회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안 지사는 ‘대연정’이란 새로운 정치 철학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종학 선임기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였다. 그는 5%도 안 되던 지지율을 불과 반년 만에 20% 가까이 끌어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압도적 1위를 달린 문재인 전 대표를 잠시나마 턱밑까지 위협한 유일한 후보였다. 탄핵 정국에서 모두 적폐청산을 외칠 때 안 지사는 통합과 협치를 내세운 ‘대연정’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안 지사에게 대연정 주장은 ‘양날의 검’이었다. “개혁에 동참하는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안 지사 주장은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당의 외연 확장으로 이어졌고 민주당 대선 주자 지지율 합은 60%에 육박했다.

그러나 전통적 지지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어떻게 적폐 세력과 손을 잡을 수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른바 ‘선의’ 발언도 파장을 일으켰다. 문 전 대표와 한 자릿수 차이까지 근접했던 지지율은 요동쳤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의회 구조에서 대화와 타협 없이 편 가르기로 일관해서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하다”며 진정성에 호소했다. 경선 기간 ‘연대와 통합의 방법론’은 찬반양론 속에 쉼 없이 회자됐다. 안 지사는 ‘우클릭이 아니라 뉴클릭’이라며 소신을 지켰고, 대연정은 하나의 정치철학으로 자리매김했다.

별다른 중앙정치 경력 없이 급부상한 만큼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렵고 장황한 안 지사의 화법이 주로 공격 대상이 됐다. ‘선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내 진의는 그게 아니다’며 사과 없는 설명으로 일관했던 사후 대처도 화를 키웠다. 부족한 조직의 힘을 후보 개인기로 메워왔지만 대세를 뒤집기엔 부족했다. 경선 막판 의원 멘토단이 가세했지만 짧은 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었다.

안 지사는 결과 발표 뒤 “후보마다 개성과 자기주장이 분명했기에 참 재미난 경선을 치렀다. 같은 동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정권교체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반드시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함께한 지지자들의 상심을 위로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 전도유망한 차기 지도자라는 여운을 짙게 남겼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