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선명함’을 무기로 인지도 낮은 성남시장에서 유력 후보로 우뚝 섰다.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한계와 조직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적지 않은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이 시장은 ‘촛불의 아이콘’이었다. 그를 대선 주자로 호출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였다. 이 시장은 광장에서 대선 주자 중 가장 먼저 ‘박근혜 구속’을 주장하는 등 각종 현안에서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재명 현상’을 불러일으켰고, 지난해 12월 초에는 지지율이 18%까지 치솟았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지지율은 추락했지만 이 시장은 ‘적폐 청산’과 ‘기득권 타파’를 기치로 내걸고 민심을 사로잡았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호남권 순회경선에서 대등한 2위 싸움을 펼쳤고, 영남권과 수도권 순회경선에선 안 지사를 누르고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론을 ‘억강부약’이란 말로 간명하게 제시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영남권 순회경선에서 “저에게 정치란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부양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신조는 정책공약으로 이어졌다. 이 시장은 재벌체제를 해체시켜 공정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국민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소년노동자 출신답게 ‘흙수저 대통령’을 강조하며 노동권 보호 공약도 제시했다.
이 시장은 3일 수도권 순회경선에서 “저는 모든 것을 걸고 신화와 금기에 도전했다”며 “반기업 프레임에 갇혀 은폐된 재벌황제 경영과 노동자 보호, 부자증세와 복지확대를 햇볕으로 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이 시장은 자신의 길이 ‘정권교체’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세상을 바꾸는 교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이 제시한 선명한 노선과 정책공약은 향후 진행될 재벌개혁과 복지, 증세 문제에 대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이재명, 선명성으로 존재감 부각
입력 2017-04-03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