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비켜나세요, 전용도로 부족해 위험합니다”

입력 2017-04-04 05:00
서울의 대표적 자전거 거리인 여의도 자전거 전용차로도 차들이 점령하고 있다. 3일 여의도공원 파출소 인근 자전거 전용차로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으나 아무런 단속도 받지 않는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택시를 피해 일반 차선이나 보도를 이용해야 한다. 서영희 기자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역 인근. 빨간 페인트로 표시된 자전거 전용차로와 흰 글씨로 ‘자전거 우선도로’가 적힌 도로는 사실상 버스와 승용차 전용차로, 우선도로였다. 자전거가 나타나면 배려하도록 한 도로지만 쌩쌩 달리는 차량 때문에 자전거 이용자들은 차도 대신 인도를 이용했다.

자전거 이용자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전용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자전거 공급량에 맞게 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공공자전거를 도입하는 등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21일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올해까지 2만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1만4400대가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자전거도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보행자 겸용도로가 있다. 도로마다 쓰임새가 다르다. 그러나 자전거 도로 구분이 복잡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부족한 탓에 자전거 사고가 늘고 있다.

자전거 전용차로가 아예 택시 정류장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날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근처 자전거 전용차로는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로 빼곡했다.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여의도공원이지만 자전거가 전용차로로 진입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전거 이용자들은 위협을 느낄 때가 많다고 호소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이희철(28)씨는 매일 자전거로 통학한다. 이씨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주로 이용하는데 뒤나 옆에서 덩치 큰 버스들이 따라올 때마다 사고가 날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장제원 의원이 행정자치부와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자전거 사고는 2012년 3225건, 2013년 3250건, 2014년 4065건, 2015년 4062건으로 증가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도입된 ‘따릉이’를 타다 사고가 난 경우도 27건이나 됐다.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자전거 전용도로는 전체 자전거 도로의 2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기본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자전거 전용도로는 2016년 기준 74.7㎞다. 2012년 72㎞, 2013년 76㎞, 2014년 74㎞, 2015년 71.6㎞로 최근 5년간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3년 안에 자전거 전용도로 84.8㎞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부터 자전거 1만4400대가 늘어나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확충 예정인 자전거 전용도로가 ‘따릉이’ 증가분을 소화하기에 충분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려야 한다는 고민은 계속 하고 있지만 도로 여건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부족할 경우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박사는 “자전거 이용자와 차량을 분리하지 않을 경우 위험한 공간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데 전용도로가 충분치 않으면 자전거 이용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자전거 전용도로 공급량이 ‘따릉이’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자동차나 버스 운전자들이 자전거 이용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이곳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나타날 수 있는 도로라는 것을 널리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이가현 안규영 이택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