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미군 기지에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26년간 84건의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군은 사고 대부분을 은폐했고, 한국 정부는 용산 기지 반환 협상을 앞두고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연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은 3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가 밝힌 용산 미군기지 기름유출 사고 84건은 기존에 언론과 국회 등을 통해 알려진 14건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시민단체 측은 “기존에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지만 미군 측이 공개를 거부한 6건을 포함하면 최소 90건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 중 단 5건의 사고 실태만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 분석 결과, 주한미군 기준으로 ‘최악의 사고’에 해당하는 3780ℓ(1000갤런)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는 7건 발생했다. 미군은 그중 2건만 한국 정부에 알리고 나머지 5건은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심각한 사고’에 해당하는 400ℓ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는 25건(최악 유출사고 제외) 있었다.
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유출된 기름은 주로 미군이 항공 제트유(JP-8)로 사용하는 경유와 등유다. 유출 사고는 주로 미군이 낡은 기름 저장탱크 관리에 소홀할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용산 기지 인근에서는 발암 물질인 벤젠 등 고농도 유류오염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녹색연합 등은 지난해 7월 ‘미국 정보 자유법(FOIA)’에 따라 미 국방부에 용산 기지 기름 유출 사고 자료를 요청했고, 지난해 11월 자료를 받아 내용을 분석했다. 이들은 한·미 정부가 2015년 실시한 용산기지 내부 오염조사 결과를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자 녹색연합 등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에 직접 정보 공개를 청구해 기름 유출 사고 결과를 받아냈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1990년 이후 용산 미군기지 유류유출사고 84건 발생… 알려진 것보다 6배 많다
입력 2017-04-04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