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3일 문을 열었다. 금융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 은행이 새롭게 출범한 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처음이다. 이날 오후 3시까지 1만4524명이 케이뱅크에서 입출금 계좌를 개설했다. 16개 시중은행의 월평균 비대면계좌 개설 건수(1만2000건)보다 많았다. 대출도 1019건을 기록했다. 심성훈 은행장은 “신용등급 7등급도 한 자릿수 금리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공격적 영업을 예고했다.
‘쉬운 은행’ 케이뱅크는 금융권에 혁신의 돌풍을 일으킬까. 일단 통장 개설은 간편하다. 핀테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도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통장을 개설하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7단계의 회원가입 절차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영상통화를 통한 개인 인증이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대기자가 15명가량 밀려 있어 대기시간과 인증시간을 합쳐 10분 정도 걸렸다.
앱 사용은 쉽다. 로그인은 4가지 방법(지문, 간편비밀번호, 공인인증서, 아이디)으로 가능하다. 지문이나 간편비밀번호로 로그인하는 데 3초면 충분했다. 송금도 간편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된다. ‘퀵 송금’을 이용하면 문자메시지로 원하는 금액을 보낼 수 있다.
대출도 간단하다. ‘미니K 마이너스통장’(연 5.50%)이나 ‘직장인K 신용대출’(최저 연 2.72%) 등을 신청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약관 동의, 직장정보 입력 등 시중은행에 비해 간단한 과정만 요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특징은 ‘무(無)점포’다. 지점 등 점포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인건비 등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크게 아낄 수 있다. 현금입출금기(ATM)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케이뱅크 주주 가운데 하나인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편의점의 ATM 1만여개를 이용하면 된다. 이렇게 아낀 비용으로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는 높게, 대출금리는 낮게 제공한다. 특히 정보통신(ICT)기업 등 주주 회사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자체 신용등급 측정으로 현재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어려운 숙제도 즐비하다. 시중은행과 차별화는 가장 큰 고민이다. 지문 인식, 문자메시지 송금, 모바일 대출 등은 이미 시중은행도 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 초에 잇따라 내놓은 모바일 주택담보대출을 케이뱅크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케이뱅크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음성인식기반 ‘카우치 뱅킹(couch banking)’과 유사한 음성인식 인공지능뱅킹은 우리은행에서 앞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음성을 통한 화자인식 기능은 미국의 일부 은행을 제외하곤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대출금리도 시중은행에 비해 높아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여기에다 자금 마련이라는 걸림돌이 놓여 있다. 공격영업을 위해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지만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고, 최대 보유지분도 10%로 제한)에 발목 잡혀 있다. 이 때문에 대주주인 KT가 유상증자 등을 하기 어렵다. 심 행장은 “여신 4000억원, 수신 5000억원을 목표로 하는데 자본금 확충이 안 되면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힘들다”고 했다.
1300조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도 악재다. 금융 당국에서 가계부채 확대를 억누르고 있어 적극적으로 영업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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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4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