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질적 성장’ 새 비전 선포… 中 보복에도 “사업 강화”

입력 2017-04-03 17:5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점등된 ‘뉴롯데 램프’를 가리키고 있다. 신 회장은 기념식에서 “질적 성장 중심의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뉴비전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제공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보복에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다. 사드 보복은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정지에 그치지 않고 면세점 수익 악화로 이어져 그룹 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는 ‘질적 성장’을 기치로 내건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지만 당장 중국의 ‘사드 몽니’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은 내놓지 못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질적 성장 중심의 경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뉴비전을 실현하겠다”며 ‘Lifetime Value Creator’(생애주기 가치 창조자)라는 슬로건을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다. 롯데월드타워 개장 행사도 이날 함께 진행됐다.

신 회장이 강조한 질적 경영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경영혁신안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동안 롯데는 2009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 아래 외형 성장에 집중해 왔다. 2008년 42조5000억원이 수준이었던 그룹 매출액은 지난해 92조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고, 2006년 244위였던 아시아·태평양지역 브랜드 순위는 10년 만에 16위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롯데는 그동안의 외형 성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은 이날 미디어 설명회에서 “국내외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기술혁명에 따른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며 “외형성장에만 집중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갖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사회적 책임을 위한 투명경영을 최우선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주주, 지역사회, 파트너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공생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롯데를 대상으로 진행된 검찰 수사 등으로 추락한 그룹 이미지를 재건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역량 강화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가치경영,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한 현장경영도 방침에 포함됐다.

하지만 중국시장에서 벌어지는 당면과제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황 실장은 “(중국 당국이)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 100% 파악을 못하고 있다”며 “저희들 입장에서는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룹 구조 개편의 첫 단추인 호텔롯데 상장 일정 지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호텔롯데의 주력인 면세점 사업이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장작업도 늦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현재까지 면세점 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급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롯데는 중국시장 철수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 황 실장은 “중국에 롯데제과가 진출한 지 20년이 됐는데 여전히 투자 단계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중국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