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픈 아이 안고 울던 승객 눈에 밟혀… “550여만원 주인 꼭 찾아달라” 택시기사 온정

입력 2017-04-03 18:54

택시기사 최전홍(69)씨는 3일 오전 3시쯤 서울 강서구청 인근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부부를 태웠다. 젊은 엄마는 택시 안에서도 아기를 보며 숨죽여 울었다. 아기가 많이 아파 보였다.

부부는 방화동 인근 아파트에서 할머니를 태우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최씨는 오전 3시40분쯤 부부와 아기, 할머니를 병원에 내려준 뒤 승객을 두 번 더 태웠다. 승객은 모두 한 명씩 앞좌석에 탔다. 아무도 뒷좌석은 확인하지 않았다. 부부가 놓고 간 돈 가방이 거기 있었다.

최씨는 뒤늦게 검은색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을 열어보지 않고 곧바로 회사에 가져가 분실물로 신고하고 주인을 찾아달라고 맡겼다. 위험물질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택시회사 직원들이 최씨와 함께 가방을 열었다. 1000원, 5000원짜리 지폐가 가득했다. 깜짝 놀란 최씨는 퇴근을 미루고 강서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이 돈을 세어 보니 현금 550여만원이었다. 다행히 신용카드로 택시요금을 결제해 추적할 수 있었다. 경찰은 카드번호를 조회해 가방 주인 부부에게 연락했다. 부부는 이날 오후 2시20분쯤 황급히 경찰서로 찾아와 가방을 찾아갔다.

부부는 택시기사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하다”며 사례비를 보내겠다고 했다. 35년간 운전을 해온 최씨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평소에 승객이 잃어버린 물건이나 휴대전화를 찾아줘도 한 번도 보상을 바란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보상을 바라고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항상 부끄러움 없이 운전하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겸연쩍어했다.

글=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