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는 가라”… 유승민 보수심장서 진땀

입력 2017-04-03 17:43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3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시민과 포옹하고 있다. 유 후보는 지난 1일부터 2박3일간 대구·경북 지역 곳곳을 누비는 강행군을 했다. 뉴시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3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2박3일에 걸친 TK(대구·경북)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보수의 심장에 가서 보수를 흔들어 깨우겠다”며 5시간 넘게 시장을 돌며 민심을 다독이는 데 공을 들였다. 대다수 상인들은 유 후보를 반갑게 맞았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유 후보 면전에서 “배신자는 가라”고 쏘아붙였다. 유 후보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비난하는 사람들이 편을 나눠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유 후보는 오전 11시쯤 서문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입구에 지지자 300여명이 나와 ‘유승민 대통령’을 외쳤다. 유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정치를 하면서 늘 당당하고 떳떳한 보수의 적자라고 믿어 왔다”며 “‘진박’ 때문에 무너진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유승민이 지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선 후보로서 신고식 겸 본선 출정식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 후보는 상가를 구석구석 다녔다. 상인들은 유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손을 흔들며 지지를 보냈다. 장보러 나온 김모(72)씨는 “유승민만큼 흠 없는 사람도 없다”고 치켜세웠다. 밑반찬을 파는 박모(81)씨는 “마음으로는 찍어주고 싶은데…”라고 말을 아꼈다. 유 후보와 손을 맞잡은 시민들 중엔 돌아서서 “대구를 위해 한 게 뭐 있다고 오노”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이도 있었다. 유 후보는 시장 안 칼국수집에서 점심을 했다.

오후 들어 시장 분위기가 격앙됐다. 동산상가 2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50, 60대 여성 대여섯명이 유 후보가 지나갈 때마다 “배신자”라고 목청을 높였다. 최모(68)씨는 “박 전 대통령 옆에서 실컷 혜택을 누리던 사람들이 대통령을 탄핵한 것도 모자라 구속까지 시켰다”고 격분했다. “대통령을 돌려 달라” “탄핵 무효”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서문시장 4지구 입구에선 한 여성이 유 후보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인근 가게 주인과 길 가던 주민들이 듣다못해 “말은 똑바로 하이소. 배신은 박근혜가 한 거 아닌교”라고 따지다 시비가 붙었다. 한 남성이 “다 같은 대구 사람 아닌교. 왜 우리끼리 싸웁니까”라고 중재해 마무리됐다. 유 후보와 떨어져 선거 유세를 돌던 김무성 선거대책위원장과 정운천 의원은 물세례를 받았다.

유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4·13총선에서 공천 학살을 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도 이런 일을 많이 겪었다. 대구에서 늘 겪는 일이라 특별히 새로운 건 없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유 후보는 화재지구대책위원회 간담회까지 마치고 오후 4시쯤 시장을 떠났다.

4일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대구·경북 선대위 발족식에 참석한 뒤 서문시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보수 적통 경쟁이 불붙는 모습이다. 유 후보는 홍 지사가 스스로 ‘TK 적자’라고 주장한 데 대해 “대구·경북 분들이 그렇게 부끄러운 아들을 둔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단일화는 후보들이 안 해도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해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구=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