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보호무역주의 행정명령을 발동한 데 이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중국을 제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트럼프가 꺼내들 카드가 무엇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북핵과 미·중 간 무역을 연계할 뜻도 내비쳤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적극 나설 경우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중단하거나 느슨하게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중국의 협조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은행들을 미국이 직접 제재하는 것이다. 테니스 윌더 전 중앙정보국(CIA) 중국담당 분석가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흘려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에 적용할 경우 중국이 크게 반발하면서 주요 2개국(G2) 간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미국과 중국의 전면적인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는 미국의 선제타격 옵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아직까지는 실현 가능성이 약하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북한이 보복할 경우 인구가 밀집된 서울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제2의 한국전쟁으로 비화될 경우 한·미동맹이 승리하더라도 한국이 입게 될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그동안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공언해 왔다. 크리스토퍼 포드 백악관 대량살상무기·확산금지 담당 수석국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에서 “해머부터 햄버거까지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고 말했었다. 해머는 군사적 대응을, 햄버거는 대화를 각각 뜻한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백악관이 구체적인 방법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북한을 강하게 다룰 것이라는 방침은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인 애슈턴 카터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정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나 빌 클린턴 행정부 때도 통하지 않았다”며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행은 안 됐지만 미국은 1994년 북한 영변에 대한 선제타격을 준비한 적이 있다”면서 “우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옵션은 항상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터 전 장관은 선제타격 시 예상되는 북한의 대응과 피해에 대해선 “북한의 한국 침략 시도 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 전쟁의 결과는 북한의 패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전쟁의 결과가 확실하더라도 그 자체는 매우 파괴적인 전쟁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대북 억지 태세와 억지력을 확실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中 ‘북핵 해결 비협조’ 땐 美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
입력 2017-04-04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