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에… 총학 없는 연세대

입력 2017-04-03 18:56
연세대가 또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총학이 없는 상황이다. 연대에서 총학이 발족한 1961년 이후 56년 동안 이런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도권 정치를 향해선 거침없이 민주주의를 요구한 대학생들이 정작 학생자치 활동을 위한 ‘캠퍼스 정치’에는 무관심한 모습이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31일 치러진 제54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무산됐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선거는 애초 지난해 11월 치르려 했던 총학 선거에 아무도 입후보하지 않아 미뤄진 보궐선거였다.

보궐선거에는 정후보 강기백씨(사회복지학과)와 부후보 양혜선씨(심리학과)가 단독으로 입후보했다. 비대위는 투표 기간을 하루 늘리면서까지 선거를 독려했지만, 최종 투표율은 26.98%(유권자 1만6224명 가운데 4378명)에 그쳤다.

학생들은 취업을 준비하느라 바빠 학생회 활동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백수연(25·여)씨는 “자기 일을 처리하기도 바쁘다 보니 투표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며 “또 총학이 밀어붙이는 정책들이 피부로 와 닿지도 않아 애써 투표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가의 총학 부재를 우리 사회의 실천 없는 민주주의 현상으로 해석했다.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알지만 자기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까지 일상 정치에 뛰어들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제도권 정치를 향해선 온라인 댓글을 달아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비(非)제도권 정치엔 관심조차 갖지 않는 ‘손가락 민주주의’의 한 단면이 바로 연세대 사례”라며 “광장민주주의가 일상에까진 자리 잡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