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전투기 조종사가 될 거예요.”
유치원 때부터 전투기 조종사를 꿈꿔온 심규휘(15·중3)군은 3일 꿈에 그리던 F-15K 전투기 탑승 체험을 한 뒤 이처럼 말했다. 2013년부터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심군은 이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F-15K에 올라 꿈을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이날을 3년 전부터 기다렸던 심군은 평소 기상시간보다 1시간 이상 빨리 일어났다. 2015년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 재단이 공군의 협조를 얻어 전투기 체험을 추진했고 지난해 기다리던 일정이 잡혔지만 당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체험을 미뤄야 했다.
심군은 “지난해 체험을 못하게 된 후 조종사 아저씨들이 힘내라며 응원 영상을 만들어 보내줬다”며 “영상을 본 뒤 빨리 건강을 회복해 전투기를 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10분쯤 대구 제11전투비행단(이하 11전비)에 도착한 심군은 조종복으로 갈아입고 F-15K 시뮬레이터실로 들어갔다. 심군은 11전비 제110전투비행대대 이동영(36) 소령의 도움을 받아 직접 조종석(칵핏·Cockpit)에 앉았다. 실제와 같이 조종간을 잡고 비행기를 이륙시켜 하늘을 날았고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집중했던 심군은 20여분 동안의 가상 비행 후 전투기를 무사히 활주로에 착륙시켰다. 가족과 군 관계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 소령은 “처음 시뮬레이션 비행을 했는데도 신입 조종사 못지않은 감을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격납고로 이동해 실제 F-15K를 접한 심군은 조종석에도 올랐다. 이 소령의 설명을 들으며 조종석 내부와 전투기 모습을 꼼꼼하게 눈에 담았다. 체험 후 환영 행사에 참석한 심군은 미래의 선배 파일럿들로부터 검은색 대대 모자와 전투기 조종사의 상징 ‘빨간 마후라’, 명예 대대원 임명장을 받았다.
소윤영(42·중령) 제110전투비행대대장은 “얼른 나아서 다시 이곳에서 만나자”고 격려했고 심군은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심군 아버지 심영원(49)씨와 어머니 도길순(45)씨는 “아들이 그토록 바라던 일이 이뤄져 좋아하는 것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동생을 위해 대학 전공을 보건의료행정학과를 선택했다는 누나 심규진(19)씨도 즐거워했다.
한국메이크어위시 재단은 2012년에도 난치병을 앓던 이강일(당시 6세)군을 위해 F-15K 탑승 체험 행사를 열었는데 현재 이군은 완치돼 건강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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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심규휘군, F-15K 탑승체험… “꼭 전투기 조종사 될 거예요”
입력 2017-04-04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