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원인규명과 미수습자 수색 절차가 임박하면서 사안마다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원회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 선체조사와 수습의 컨트롤타워인지를 두고 긴장 관계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해수부·선체조사위 두 조직 모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김창준 세월호선체조사위원장은 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체조사위원 전원이 세월호 선체 절단을 반대한다”며 “선체를 절단하면 전기배선과 배관이 잘라지면서 진상규명이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세월호의 객실 부분을 분리한 뒤 조사와 수습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이날 목포신항 브리핑에서 “객실을 분리하지 않고도 수습에 성과가 나오면 (선체 절단을) 안 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육상거치 이후 선체를 절단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거치가 마무리되면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전날에는 해수부가 선체조사위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고 세월호 화물을 제거해 갈등이 빚어졌다. 해수부는 세월호 화물칸 쪽에 매달려 있던 굴착기와 경승용차를 절단했다. 선체 아래쪽에서 작업하는 인력이 다칠 우려 때문이라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이 단장은 “선체조사위에 미처 통보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선체조사위에 사전 통보 없이 세월호 내 화물을 제거한 것은 문제가 많다”고 반발했다. 그는 “고의로 조사를 방해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수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선체조사위는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최대한 선체를 보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해수부는 세월호 진흙 제거에 인력을 투입하는 과정에서도 선체조사위와 엇박자를 노출했다. 해수부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50명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선체조사위는 30명을 늘려 총 80명을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2일 투입된 인원은 60명에 불과했다. 논란이 일자 결국 이날에는 진흙 제거 인력이 100명까지 늘었다.
평형수 배수를 위해 선체에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도 이견을 보이다 가까스로 합의가 도출됐다. 해수부는 세월호의 육상거치를 위해선 선체의 물을 빼내 무게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선체조사위 내부에서는 증거 보존 차원에서 천공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는 했지만 결국 허용키로 했다.
그러자 이번엔 유가족 측에서 선체조사위에 불만을 나타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세월호에 구멍을 추가로 뚫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선체조사위가 해수부의 들러리를 서서는 안 된다”며 “선체조사위가 해수부가 하는 일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월호 육상거치를 위한 사전작업은 이날도 이어졌다. 진흙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필기구, 수첩, 모포, 화장품, 스웨터, 넥타이 등 유류품으로 추정되는 물건 48점이 발견됐다.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잘라냈던 선미램프도 수중에서 수거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세월호 놓고 해수부·조사위·유가족 ‘마찰음’
입력 2017-04-03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