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소설집 낸 공지영 “내 작품 관통하는 주제는… 상처받은 것에 대한 연민”

입력 2017-04-03 21:03

“올해는 제가 소설을 쓴 지 30년째 되는 해예요. 30년 동안 30여권의 소설과 에세이를 냈더군요. 이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상처 받은 것들, 약한 것들, 어린 것들에 대한 지지와 연민. 그것이 바로 저의 지난 30년 작품 활동을 아우르는 주제더군요.”

작가 공지영(54·사진)은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해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은 공지영이 ‘별들의 들판’ 이후 소설집으로는 13년 만에 펴낸 신간이다. 소설집에는 그가 2000∼2010년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들이 수록됐다.

공지영은 “과거 발표한 소설을 다시 읽으며 ‘당시에 내가 바닥까지 내려갔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내가 책을 통해 치유 받았듯, 생의 굴곡진 모퉁이를 돌고 있는 독자들도 (내 소설을 통해) 힘을 얻었으면 한다. 나는 문학이 가진 치유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소설집에는 2011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맨발로 글목을 돌다’를 포함해 단편 5편이 실렸다. ‘후기, 혹은 구름 저 너머’라는 제목의 산문 1편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거나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 애쓰는 목소리가 인상적인 신간이다.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2001년 문학사상 8월호에 게재된 작품이다. 식도암으로 투병하는 할머니는 죽지 않고, 오히려 가족들이 하나둘 기묘한 방식으로 세상을 뜨는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지영은 “강한 것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약한 것들을 말살하는 이야기, 기득권층이 화석화된 생명을 어떻게 유지해나가는지에 관한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공지영은 SNS를 활용해 정치적인 발언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작가다. 하지만 그는 “SNS의 단점은 소송을 당한다는 것과 구설에 잘 오른다는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정치적인 글을 적는 것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건 시민의 권리이자 작가의 사명이지만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점잖게 살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간담회에서는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해리’라는 제목의 장편소설로 악(惡)의 문제를 들여다본 작품이다. 공지영은 “‘해리’를 쓰면서 우리 사회에 실제적인 악이 창궐해 어안이 벙벙해져 잠시 멈춘 상태”라며 “하지만 올해 안에 이 작품을 펴낼 예정”이라고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