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여왕의 연못’ 풍덩

입력 2017-04-03 19:23 수정 2017-04-03 21:44
유소연이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캐디 톰 왓슨과 함께 18번홀 옆에 위치한 ‘포피 폰드’에 입수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유소연이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우승이 확정되자 주먹을 불끈 쥔 모습. AP뉴시스

꾸준함의 대명사 유소연(27·메디힐)이 생애 두 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31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준우승 징크스’를 말끔히 지워버리고 포피 폰드에 시원하게 뛰어들었다.

유소연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7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써낸 유소연은 렉시 톰슨(22·미국)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유소연은 18번홀(파5)에서 펼쳐진 연장 승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파에 그친 톰슨을 제치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우승을 확정한 유소연은 자신의 곁을 지켜준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캐디와 함께 ‘포피 폰드’(Poppie’s Pond)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는 18번홀 그린 옆에 위치한 이 작은 연못에 입수하는 세리머니로 승리를 자축한다.

유소연은 “오랜 기다림 끝에 생각지도 못한 우승을 했다. 그린에서 눈물을 흘린 게 처음인 것 같다”며 “잘하는 선수인데 우승을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소연은 2011년 US여자오픈에 이어 6년 만에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개인통산으로는 4번째 우승이다. 유소연은 2014년 8월 캐나디언 퍼시픽 여자오픈 우승 이후 처음 정상에 올랐다.

준우승 징크스도 털어냈다. 유소연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 대회에 나서 모두 톱7 안에 들었고 이 중 3차례나 2위를 차지하는 꾸준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동안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결국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갈증을 해소했다.

유소연은 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 누적상금을 79만2166달러(약 8억8000만원)로 불리며 상금랭킹 1위를 질주했다. 또 지난해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끌어내리고 세계랭킹 2위로 도약했다. 유소연의 우승으로 한국 낭자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5차례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려 2015년 한국 여자선수 최다승 기록(15승)을 깰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셸 휴스턴 오픈’에서 전날까지 단독선두를 질주했던 강성훈(30)은 마지막 날 이븐파로 부진,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우승은 20언더파 268타를 써낸 러셀 헨리(미국)가 차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