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d 건강] 모바일 주치의님 덕분에 뱃살 홀∼쭉

입력 2017-04-03 20:53
모바일 헬스케어 이용자 노정순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보건소를 방문해 혈압을 재고 있다. 혈압 측정치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보건소 전담팀에 전달돼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는다.
“혈압이 높은 줄도 몰랐다가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혈압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직장인 김승복(40)씨는 평소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했다. 기름기 많은 육류도 즐겨 먹었다. 술은 1주일에 2∼3번 마셨다. 10년간 하루 20개비씩 담배를 피워 온 골초였다. 한마디로 몸에 나쁜 생활습관은 다 가졌다.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 김씨는 “배가 자꾸 나오면서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은 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집 근처 서울 송파구보건소에서 검진을 받고나서야 건강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진 걸 알게 됐다.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30㎜Hg, 86㎜Hg로 고혈압 전 단계였다. 허리둘레는 92㎝로 남자 복부비만 기준(90㎝: 35.4인치)을 넘었다. 대사증후군 지표 5개 중 2개가 해당됐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위험 신호다.

김씨는 보건소의 권유로 스마트폰을 통한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기로 했다. 보건소에서 활동량계와 체성분계, 혈압계 등을 무상 지급받았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건강관리 앱(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시계처럼 팔목에 찬 활동량계로 매일 운동실천(보행수 및 거리, 소모 칼로리 등)을 확인하고 몸 속 지방량 내장지방률 근육량 등을 보여주는 체성분계는 주 1회, 혈압계는 주 2회씩 측정하면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건강관리 앱에 자동 업데이트됐다.

보건소 의사와 간호사 영양사 운동관리사로 구성된 전담팀이 스마트폰을 통해 전송된 김씨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식습관 운동 영양 등에 대한 전문 상담과 실천 가이드를 제시해 줬다. 3개월마다 보건소를 방문해 검진 받고 위험 요인의 변화상을 직접 확인했다.

이렇게 6개월간 꾸준히 관리 받아온 결과 김씨의 허리둘레는 80.5㎝로 확 줄었다. 혈압도 122㎜Hg, 87㎜Hg로 낮아졌다. 김씨는 “무엇보다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고 건강한 습관이 몸에 밸 수 있게 도와줘 좋았다”고 했다. 건강상태 정보를 제때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보건소로부터 문자나 전화로 독려 메시지를 수시로 받았다.

김씨는 “귀찮을 때도 있지만 나태해지는 걸 다잡을 수 있었다“면서 ”특히 건강생활 실천정도를 점수로 매겨 전국 순위를 보여주는 ‘건강 랭킹제’는 자극이 되고 경쟁심을 생기도록 했다. 전국 1등도 몇 번 했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건강한 습관 몸에 배게 돼”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노정순(41)씨도 지난 몇 개월간 자신의 지역 보건소가 아닌 송파구보건소로부터 모바일 헬스케어를 받아 왔다. 송파구에 있는 직장을 다니며 한때 송파보건소의 대사증후군관리센터를 이용한 게 계기가 됐다. 노씨는 둘째 아이를 낳은 후 몸무게가 15㎏이나 불었다. 스트레스 받을 때 과자 등 단 음식에 손이 많이 갔고 육아 때문에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건강검진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혈압은 135㎜Hg, 86㎜Hg로 높게 나왔고 허리둘레는 여성 복부비만 기준(85㎝·33.5인치)보다 7㎝ 초과했다. 스마트폰 건강관리를 받은 뒤 이런 위험신호는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노씨는 매일 삼시세끼 식단을 사진 찍어 모바일 앱에 올리면 보건소 영양사가 그에 맞는 식생활 개선 및 영양 상담을 해주는 게 매우 유익했다고 평했다. 식재료를 살 때 ‘영양 표시’를 유심히 보는 습관도 생겼다.

그는 “손목에 찬 활동량계가 족쇄(?) 같은 느낌은 있지만 운동을 못한 날엔 ‘내일은 꼭 운동해야지’ 다짐하게 되더라”고 했다. 노씨는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많이 났다. 강남구 보건소는 왜 이런 서비스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만성질환 취약 30∼50대 “효과적”

‘내 손안의 스마트폰 보건소’ 시범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건강행태 개선과 만성질환 위험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로 이용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이 프로그램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보건소에서 모바일 앱으로 개인의 생활습관과 몸 상태에 맞게 건강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해 9월부터 전국 10개 보건소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1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건강증진개발원 이윤수 팀장은 3일 “많은 사람들이 건강검진결과 위험 요인이 나와도 방치해 만성질환으로 진행되곤 한다. 또 경제활동 때문에, 혹은 거리가 멀어 보건소에 직접 와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긴 쉽지 않다”면서 “모바일 헬스케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보건소 건강증진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은 국가나 지자체 시행 건강검진결과 5가지 건강위험 요인(혈압, 공복혈당, 허리둘레,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이 1개 이상인 사람들이다. 위험 요인이 많거나 보건소 이용이 어려운 건강취약 계층은 우선 고려 대상이다. 만 20세 이상으로 연령 제한은 없다. 다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이미 걸린 사람은 제외된다. 이들은 병원으로 연계돼 치료받게 한다.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모바일 건강관리는 바쁜 직장생활 등으로 건강관리에 소홀할 수 있는 30∼50대의 만성질환 예방에 특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은 고혈압(25.1%)이나 당뇨병(25.0%) 전 단계였다. 특히 30∼50대는 전체 연령 중 흡연량과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높고 올바른 신체활동 실천 비율은 10명 중 1.5명에 불과했다.

이번 1차 시범사업 참여자 1000명 중 6개월까지 지속 참여한 911명을 분석한 결과, 50대가 39.8%로 가장 많았고 40대(34.5%) 30대(23.2%) 20대(1.6%) 60대이상(0.9%) 순이었다. 서울 송파구 등 대도시형 5곳, 전남 순천시 등 중소도시형 3곳, 강원도 평창군 등 농어촌형 2곳이 참여했다. 1000명의 참여자 중 2주 이상 정보 미전송, 기기 분실, 전출, 질환자 전환 등으로 89명이 중도 탈락해 6개월간 최종 91.1%의 지속 참여율을 보였다. 100명이 참여한 순천시 보건소는 중도 탈락자가 한 명도 없었다.

김인국 서울 송파구보건소장은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은 투약 같은 적극적 치료로 건강수치의 현격한 변화가 나타나지만 고위험군은 건강상태가 짧은 기간에 급격히 좋아지진 않는다”면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으며 식습관 수면 절주 금연 운동 등 건강생활습관에 대한 실천 의지를 높여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월부터 2차시범사업, 내년 100곳 확대

복지부는 최근 2차 시범사업(11월까지) 대상으로 서울 관악구 등 25곳의 보건소를 신규로 선정했다. 지역 주민의 관심과 기대가 높은 곳들이 많아 1차 시범사업(44곳)보다 많은 63개 보건소가 신청했다고 한다. 관악구 보건소 관계자는 “대표적 고시촌인 관악구는 인구의 43.9%(10만 가구)가 1인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 고시생과 취업준비생 등의 건강관리를 방치했다간 만성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면서 “보건소의 직접 대면 서비스 이용에 익숙지 않은 20, 30대에 적합한 모바일 헬스케어 모델을 수립해 운영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기존 10곳을 포함해 모두 35개 보건소별로 60∼200명씩 모두 4000명의 참여자를 모집한 뒤 5월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강증진개발원 이윤수 팀장은 “1, 2차 시범사업을 통해 이용자 편의성과 건강관리 효과성 향상을 위한 서비스 및 모바일 플랫폼을 고도화한 뒤 내년 상반기에 참여 보건소를 100곳으로 확대해 본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여자 대폭 확대에 따른 보건소 인력과 기기의 확충이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시범사업 참여자가 지자체의 자체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과 연계돼 지속적으로 만성질환 예방 관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사진=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