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용으로… 배달차량으로… 시동 걸리는 초소형 전기차
입력 2017-04-04 00:02
전기자동차 개발 경쟁과 함께 초소형 전기차 시대가 국내에서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유럽 등 해외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2인승 모델 트위지를 올 하반기에 들여와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IT업계에서는 캠시스가 내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새로운 초소형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온라인 상거래업체 위메프는 국내 최초로 초소형 전기차 판매에 나섰다.
IT업체의 선공, 완성차 업계 제칠까
초소형 전기차는 크기가 오토바이와 승용차 중간 정도 되는 차량으로 중·단거리에 적합한 신개념 이동수단으로 거론된다. 차체가 작아 좁은 골목 사이를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주차하기도 쉽다. 대부분 사륜(일부 삼륜)이고 탑승자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륜차보다 안전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안전벨트와 에어백 같은 안전장치를 탑재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마트 기능까지 적용되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공공업무, 카셰어링, 도시 투어 용도나 일반 가정 보조 차량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서울모터쇼에서는 스마트폰·전장부품 전문업체 캠시스가 첫 양산 예정 모델인 사륜 승용 초소형 전기차 PM-100(PM시리즈)을 공개했다. 이 차는 길이 2400㎜, 폭 1400㎜, 높이 1540㎜에 600㎏으로 최고 속도는 시속 60∼80㎞ 정도다. 완전 충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반 정도로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 거리는 100㎞다. 캠시스 측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이동수단을 원하는 개인과 기업을 타깃으로 한다”고 밝혔다.
PM시리즈는 2018년 1분기에 국내·글로벌 차량 인증을 받고 2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후 단계적으로 새로운 승용·상용 초소형 전기차를 내놓는다. 2019년 1분기에 삼륜 모델 TM시리즈를, 2020년 2분기엔 사륜 상용 모델 CM시리즈를 선보인다.
TM시리즈는 상용과 승용형으로 개조하기 쉬워 관광지 레저용 차량으로 활용하거나 동남아 ‘릭샤(툭툭)’를 대체할 모델로 꼽힌다. CM시리즈는 구 단위 이하 지역 물류 배달에 효율적인 차량이 될 것으로 캠시스는 보고 있다. 물건을 실어야 하는 만큼 길이가 3320㎜로 다른 모델보다 길다. 캠시스는 거울을 카메라로 대체한 사이드미러 카메라 시스템 등 스마트카 기술을 PM시리즈와 TM시리즈에 탑재할 예정이다.
베스트셀링카 트위지, 국내에선 어떨까
르노삼성은 1∼2인용 초소형 사륜 전기차 트위지를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처음으로 공개했다. 트위지는 2012년 출시돼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2만대 이상 팔렸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서는 검증된 인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차는 길이·폭·높이가 각각 2335㎜, 1233㎜, 1451㎜다. 시트가 앞뒤로 구성돼 최대 2명까지 탈 수 있다. 여느 초소형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가정용 220V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다. 3시간 정도 충전하면 100㎞까지 달린다. 최고 시속은 80㎞로 정지 상태에서 6.1초 만에 시속 45㎞에 도달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간단한 조작, 깜찍한 디자인, 짧은 회전 반경, 125㏄ 스쿠터급 가속 성능, 후륜구동 등을 장점으로 강조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서울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등을 달릴 수 있어 출·퇴근 운행 시에도 문제없다”며 “가정용 전기를 쓸 수 있는 만큼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트위지를 본격 출시하기 전 B2B(기업 대 기업) 시장을 우선 공략할 예정이다. 트위지는 지난 2월 울산시에서 진행한 금년도 전기차 구매신청 접수에서 가장 많은 사전예약 대수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300대가 주문됐다.
캠시스와 르노삼성이 각각 초소형 전기차를 언론에 미리 공개한 지난 30일에는 위메프가 2인승 초소형 전기차 ‘볼라벤’을 선착순 10대 한정으로 예약 판매했다. 중국 업체 안나이지(ANAIJI)가 만든 이 차는 가정용 220V 콘센트로 6∼8시간 충전하면 1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시속 45㎞, 가격은 655만원이다. 위메프는 올해 안에 전기차 7개 모델을 판매할 계획이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