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G2 정상회담 성사 주역은 양제츠

입력 2017-04-03 05:00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오른쪽)이 지난달 18일 베이징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이 오는 6∼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정상회담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양제츠(66)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숨은 역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미·중 조기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부터 무역과 통상 분야에서 반(反)중국 정서를 노골적으로 표명한 데다 트럼프의 외교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이 이뤄질 경우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양제츠는 대표적인 조기 미·중 정상회담을 주장했던 인물로 전해졌다. 미·중 정상이 한자리에 앉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고 봤기 때문이다. 양제츠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당시 당선인이 40년 가까운 전례를 깨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축하전화를 받고 통화하자 급히 뉴욕으로 날아갔다. 트럼프의 대(對)중국 정책과 대만 문제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고 미·중 양국의 우호 관계를 만들기 위한 출장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남중국해와 미·중 통상 마찰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 메시지가 나오고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이때만 해도 미·중 정상회담 조기 개최가 물 건너 간 것은 물론 미·중 관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당시 시 주석은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선 축하전화를 거는 것도 거부했다.

분위기 반전이 일어난 것은 양제츠와 마이클 플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지난 2월 초 전화 통화였다. 플린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 변화를 확약했고 직후인 지난 2월 10일 트럼프와 시 주석 간에 첫 통화가 이뤄졌다. 트럼프가 이때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양제츠는 이후 2월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면담을 가지면서 회담이 최종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제츠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중국 외교 관계자들 사이에 강경파 인물이자 야심가로 알려져 있다. 2013년까지 6년간 외교부장을 지낸 그는 2001∼2005년 미국 주재 중국대사를 맡은 중국 내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중국 외교를 지휘하며 최고 지도부와 가까웠던 첸치천 전 외교부장이나 다이빙궈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달리 양제츠는 시 주석의 ‘이너서클’(핵심층)에는 포함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이번 미·중 정상회담 성사의 막후 역할을 담당하면서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맞아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홍콩 명보는 양제츠가 부총리로 승진하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제츠는 올 1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핵심’ 시 주석의 외교 사상을 칭송하는 글로 시 주석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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