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 강릉 빙판 위에 울려 퍼진 南北 공동응원

입력 2017-04-02 17:38 수정 2017-04-03 00:09
2일 강릉하키센터 경기장에서 남북공동응원단이 경기 전 몸을 풀고 있는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다. 강릉=서승진 기자

2일 오전 11시30분쯤 강원도 강릉하키센터 경기장 아이스링크. 검은 바지에 하얀색 상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링크 안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선수들 가슴에는 붉은 바탕에 파란 줄무늬, 붉은 별로 만든 ‘인공기’가 새겨져 있었다.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대회 참가를 위해 방남한 북한 선수들이었다.

관중석은 하얀색 후드 티셔츠를 입고 분홍색 응원봉을 든 응원단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하늘색 한반도 깃발을 든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겨라 코리아”라거나 “우리는 하나다”라는 응원단의 함성이 전해지자 응원단 앞을 지나던 북한 선수들은 환한 얼굴로 반갑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남북 공동응원단은 북한의 대중가요 ‘반갑습니다’와 민요 ‘아리랑’ 등을 열창하며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박희선(45·여)씨는 “북한 선수들이 손을 흔들어주니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스포츠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가 평화로운 분위기로 바뀌고 화해 모드가 형성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팀은 이날 열린 호주와의 경기에서 1대 2(1-1 0-0 0-1)로 역전패했다. 경기에 졌지만 북한 선수단은 경기 후 바로 떠나지 않고 열띤 응원을 보여준 남북 공동응원단 앞으로 찾아와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북한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에 흡족해하고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경기 후 관례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북한 선수들은 경기장 내에서의 환한 모습과 달리 입을 굳게 다문 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경기 소감을 묻는 한국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포워드 김은정만 “반갑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선수단을 대표해 북한 팀 매니저 한호철은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두고 봅시다”라고만 했다.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올림픽준비기획단장은 “현재 정치적 환경과는 다르게 북한 선수단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았다”며 “경기 전 선수 및 관계자들과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에 흡족해하고 만족해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양 단장은 경기력에 대해선 “기술적으로는 대등해 보였으나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북한이 체력싸움에서 많이 밀렸다”며 “지난해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보였는데 세대교체가 이뤄진 듯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선수단은 전날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입국 시 임원들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지만 20대 초반의 선수들은 웃으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드는 등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 미리 준비된 버스 편으로 강릉에 도착한 선수단은 강릉하키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뒤 밤늦게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선수들은 처음 본 강릉 경기장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공동응원단에는 초등학생부터 실향민까지 각계각층에서 연인원 1800여명이 참여한다. 특히 남북 대결이 펼쳐지는 6일 오후 9시에는 교계와 개성공단기업인회, 금강산기업인회 등 400명의 응원단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창복 남북공동응원단장은 “남북 공동응원이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 및 남북 체육교류를 통한 민족의 화해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강릉=서승진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