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동안 이어졌던 태극기집회의 동력이 소수 5070세대의 소외감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산하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최종숙 연구원은 보고서 ‘촛불, 태극기, 그리고 5070세대 공감’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과거 전쟁에서 경험했던 공포감, 국가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향수에 의해 광장으로 나왔다고 해석했다. 이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사실관계보다 신념과 감정에 기대 매주 집회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5070세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신들을 향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박정희정권에서 이른바 ‘산업역군’으로 조국 근대화를 함께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어쩌면 이들이 처한 상황이 비상식적으로 비참하기 때문에 과거로 도피하며 인정투쟁을 벌이는 것”이라며 “장·노년층이 현재 겪고 있는 소외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과거의 향수에 젖어 비상식의 동원에도 쉽사리 응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때문에 OECD 국가 중 노인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이 1위인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대립도 세대나 이념 갈등이 아니라 5070세대의 분열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촛불집회에는 전통적으로 여당과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5070세대가 다수 참여했다. 최 연구원은 촛불집회에 나온 5070세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보수의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깨뜨릴 정도로 상식에서 벗어난 전대미문의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상식이 무너졌다고 생각한 이들이 촛불을 들면서 5070세대의 분열이 발생했다고 최 연구원은 해석했다.
촛불집회가 사회적 상식을 회복하려는 집단행위였다면 태극기집회는 상식을 깨뜨리기 위한 집단적 행동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5070세대 소외감·비참함 태극기집회 참가로 이어져”
입력 2017-04-02 18:26 수정 2017-04-03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