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봄이 오는 것일까. 봄기운이 완연해진 4월, 스포츠 분야에서 봄바람이 불고 있다. 남측 여자 축구대표팀이 2일 평양으로 출발했고, 북측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전날 강릉으로 왔다. 지난해 2월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과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으로 전면 중단됐던 남북 교류가 재개된 것이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평양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출전을 위해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대표팀은 3일 평양에 도착한다.
윤덕여호는 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인도와 경기한 뒤 7일에는 북한과 맞대결을 펼친다. 남한 선수단의 북한 방문은 2015년 8월 제2회 국제 유소년(U-15) 축구대회에 출전한 강원도 유소년 축구 대표 선수단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남북 축구가 평양에서 맞대결하는 것은 1990년 10월 11일 남북 통일축구 이후 27년 만이다.
윤덕여호의 방북 결정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북한은 불과 나흘 전인 지난달 29일 북한축구협회 명의의 신변안전보장 각서를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했고, 통일부는 다음날인 30일 방북을 승인했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북한 선수단이 남한에 온 것은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6일에는 남북 대결이 예정돼 있다. 북한 선수단은 당초 불참할 것으로 보였으나 예상과 달리 대회에 참가했다. 남한 선수단의 방북도, 북한 선수단의 방한도 전격적이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스포츠 경기가 남북 해빙의 기회로 작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야 남북교류 재개에 응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은 그대로다. 통일부 당국자는 “별도로 남북관계와 관련한 후속 조치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두 대회 모두 국제 대회임을 감안해 허가했을 뿐 다른 고려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이번 교류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도 남한 차기 정부의 변화를 주시해야 하는 만큼 먼저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모두 현 상황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문순 강원지사는 이번 교류가 내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관중석에서 북한 선수단 고위 임원과 만난 최 지사는 “내년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참가하겠다’는 명확한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가능한 한 올 수 있는 종목은 다 오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동 응원단 구성 요청도 북한 당국에 전달하겠다고 하더라”며 “북한의 참가가 평창올림픽 활성화는 물론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규엽 조성은 기자, 강릉=서승진 기자sjseo@kmib.co.kr
체육교류로 ‘남북관계’ 숨통… 스포츠 ‘봄바람’
입력 2017-04-02 17:53 수정 2017-04-02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