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놀아주세요”… 어린이집, 5살 되면 ‘관심절벽’

입력 2017-04-02 18:06 수정 2017-04-02 21:35
일일 보육교사로 나선 국민일보 김동우 기자(가운데)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색칠공부를 돕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선생님, 저하고도 놀아주세요….”

서울 강서구 A어린이집 일일 보육교사로 나선 기자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아이들의 아우성에 진땀을 뺐다. 어린이들이 교사에게 바라는 일은 자신의 빠진 앞니를 봐주고 만화 ‘터닝메카드’를 함께 봤다고 맞장구쳐주는 일이었다. 잠시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노라면 저쪽에서 다른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는 두 아이들이 있다. 영아와 유아다. 영아는 만 3세 미만, 그 위가 유아다. 규정상 교사 1명이 맡을 수 있는 어린이 숫자는 만 4세 이상(6∼7살)이 20명까지, 만 3세(5살)는 15명, 만 2세(4살)는 7명, 만 1세(3살)는 5명, 만 0세(2살 이하)는 3명까지다. 영아(네 살배기)에서 유아(5살)로 분류가 바뀌면 교사 1명이 맡아야 할 학생 수가 2배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같이 놀아달라는 아이들 요구는 더 거세져 교사는 더 골고루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유는 돈이다. 국공립 또는 법인 어린이집의 경우 영아는 보육교사 인건비의 80%가 지원되지만 유아는 보육교사 인건비가 30%밖에 지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아기 때부터 학급당 많은 학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아반을 맡은 송모(32) 보육교사는 “다른 어린이집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보살펴야 할 아이가 많아 힘들다”며 “교사당 유아 법정 비율이 개선되면 안전사고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살 유아반으로 진학한 학부모에게는 왜 1년 새 학급당 학생수가 배로 늘었는지를 일일이 설명해줘야 한다.

어린이집 원장 입장에선 인건비가 높은 오랜 경력의 보육교사를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많은 영아반에 배치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의 요구는 다양해지지만 이를 새내기 보육교사에게 떠맡겨야 한다.

A어린이집 윤인순 원장은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경력이 많은 보육교사는 인건비 지원을 많이 받는 영아반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베테랑 보육교사와 새내기 보육교사를 유아반으로 함께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송사리 떼처럼 창문으로 몰려갔다. 하늘을 바라보며 질문을 쏟아낸다. “선생님, 오늘 미세먼지 있나요?” 아이들도 엄마 못잖게 미세먼지에 관심이 많다. 미세먼지가 ‘보통’인 날이어야 건물 바깥에서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자가 찾아간 지난달 29일은 미세먼지가 적어 야외활동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놀이터로 나가기 무섭게 미끄럼틀과 자전거 등을 타며 뛰어놀았다. 잠시 긴장을 늦춘 기자에게 송 교사는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노는지 더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핀잔했다. 드넓은 놀이터에서 뛰노는 스무 명 가까운 아이들을 세심히 살피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어린이집에 올 수 있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혜택받고 있는 셈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인 A어린이집은 입소 경쟁이 치열하다. 이모(44·여)씨는 2012년 4월 태어난 막내아들의 어린이집 입소를 그해 12월에 신청했지만 5살이 된 지난해에야 입소할 수 있었다. 이씨는 “아이가 4살만 돼도 놀이터에서 같이 놀 또래들은 어린이집·유치원에 가고 없다”며 “세 자녀 부모인 나도 4년을 기다렸는데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