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만 해도 독일은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남성 육아휴직 적극 장려 등 개혁 조치로 출산율은 극적으로 호전됐다. 반면 한국은 2001년부터 본격화한 저출산의 늪에 더욱 매몰되고 있다. 맥을 짚지 못한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독일의 양성평등 및 출산정책 동향’ 자료를 보면 1994년 1.24에 불과했던 독일 합계출산율은 2014년 기준 1.47까지 올라섰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를 말한다. 2012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계기는 2007년 마련됐다. 독일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육아휴직제도를 대폭 손봤다. 우선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유급 휴직 기간 감소는 30대 고소득 여성의 출산율 제고 효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유급 휴직이 길어질 경우 경력단절 우려로 인한 출산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육아휴직수당은 기존 소득 제한을 없애고 누구에게나 월 순소득의 67%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급액도 최대 1800유로(약 215만원)까지 기존보다 6배 늘렸다. 남성이 2개월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부부 모두에게 추가 2개월의 육아휴직을 부여하는 ‘12+2’ 제도 도입을 통해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했다.
수당 증가와 남성 육아휴직 장려의 ‘투 트랙 전략’은 남성의 장시간 근로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다. 2007년 기준 3.5% 수준이었던 남성 육아휴직 참여자는 7년 만에 34.0%까지 증가했다. 합계출산율도 덩달아 올랐다.
출산율을 더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정책도 도입할 계획이다. 아이가 어릴 때 부모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가족근로시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단축 근로를 하며 가족과 시간을 갖다가 자녀가 성장하면 근로시간을 풀타임으로 바꾸는 정책이다. 보고서는 가족근로시간 제도 도입이 노동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고 전망했다.
독일과 달리 한국의 출산율은 밑바닥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합계출산율은 1.17로 1년 전보다 0.07명 떨어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을 보면 세계 224개국 중 220위 수준이다. 2001년 1.30 밑으로 떨어진 뒤 16년째 올라갈 기미가 안 보인다.
독일과 비교해 저조한 수치는 국내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2007년 도입한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한 남성은 지난해 기준 7616명에 불과하다. 출생아 수 대비 1.9% 수준이다. 육아휴직수당 상한선은 독일의 절반이 안 되는 100만원이다. 2005년부터 10년간 정부가 쏟아부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예산 81조원은 효과를 못 봤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한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지도·점검하고 육아휴직수당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초저출산 늪 탈출, 뛰는 독일 기는 한국
입력 2017-04-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