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의 외국인 선수 네이트 밀러(사진)가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밀러는 정규리그에서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모비스의 6강 플레이오프 2연승을 견인하며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유재학 감독에게 100%의 4강 진출 확률을 선물했다.
밀러는 187㎝의 단신이지만 탄탄한 체격과 외곽슛 능력을 갖춰 정규리그 개막 전부터 유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밀러는 정규리그 개막 이후 4경기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양동근과 이종현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밀러의 이탈은 모비스에게 치명타였다.
지난해 12월 밀러는 재활을 마치고 코트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위협적이거나 폭발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정규리그 41경기 중 20득점 이상을 올린 경기는 5차례뿐이었다. 정규리그 경기에서 평균 13점을 올렸고, 3점슛 성공률은 25.4%로 저조했다. 유 감독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밀러를 교체하지 않고 기다려줬다.
6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자 밀러는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모비스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지난달 30일 원주 동부와의 1차전에서 19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밀러는 4쿼터에만 9점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밀러 타임’을 장식했다. 로드 벤슨, 웬델 맥키네스, 김주성 등 동부의 장신선수들을 상대로 공격 리바운드만 6개를 걷어내는 적극성도 보여줬다.
지난 1일 2차전에서는 22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플레이오프 평균 득점은 20.5점까지 치솟았다. 밀러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팀 내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는 2차전 2쿼터가 끝난 뒤 선수들을 불러 모아 “아직 20분이나 남아 있으니 집중하자”며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밀러의 활약 속에 모비스는 5전3선승제로 치러지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선점했다. 역대 6강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 승리 팀의 4강 진출 확률은 100%다. 3일 모비스는 원주종합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동부와 3차전을 치른다.
박구인 기자
유재학 감독에 응답한 밀러
입력 2017-04-02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