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은 대북제재 수위 높이는데 우리는 구경만 하나

입력 2017-04-02 18: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첫 대북제재 조치는 예상했던 대로 강경했다. 김정은 정권의 돈줄인 석탄 기업 1곳을 직접 제재 대상에 올렸다. 북한에 타격을 주려면 자금줄 역할을 하는 석탄과 원유를 틀어막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인 11명은 북한의 핵심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를 넘어 베트남, 쿠바 등 제3국에 근무 중인 북한인들까지 망라됐다. 올 들어서도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친 북한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초당적으로 대북 제재·압박 법안 및 결의안 3개를 통과시킨 지 이틀 만에 행정부까지 나선 것은 미국이 북한 도발을 그만큼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바마 정부가 취해온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은 명확하다.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한의 목줄을 죄어서 핵·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화나 어중간한 압박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전략이 통하지 않으면 선제적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주장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대북제재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핵확산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는 데 쓰이는 네트워크와 방법을 방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우리의 파트너들과 동맹국들이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오는 6∼7일 열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대북제재의 키는 중국이 쥐고 있다. 한·미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대북 원유 금수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망아지처럼 날뛰는 북한을 멈추게 하려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골이 파인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해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 제재를 가하도록 해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우리 측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펴야 한다.

한반도가 화약고로 변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미국도 과거와 다르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불법적 행동에는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을 한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선 주자나 정치권은 안보에 관해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6차 핵실험이 임박했는데도 북한에 자금을 대주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사업을 재개하겠다거나 사드 배치를 차기 정권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대선 주자들의 말은 철없는 소리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