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장가 미공개작 20여 점 국내 최초 공개… 겸재·단원·혜원 작품 등 모두 62점 전시

입력 2017-04-04 00:03
공재 윤두서 ‘마상인물도’
혜원 신윤복 ‘유압도’
고미술 전문 갤러리인 공아트스페이스가 조선시대 화단에서 이름을 떨친 문인화가와 궁중화원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택선고집(擇善固執)’전을 마련했다. 전시명이 야심차다. ‘예기’의 한 구절인 ‘택선고집’은 훌륭한 것만 가려내 굳게 붙든다는 뜻이다.

이번 전시엔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관아재 조영석,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등 이른바 ‘삼원삼재(三園三齋)’ 뿐 아니라 추사 김정희, 호생관 최북 등 누구라도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대가들의 작품 62점이 쏟아졌다.

사실 이 작가들의 작품은 옥션 등에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해외 소장가가 갖고 있던 것이라 처음 구경하는 것이 많다. 윤두서의 ‘마상인물도’, 추사 김정희의 글씨 ‘각심한루(覺心閒樓·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본래의 마음)’ 등 미공개작만 20여점이다.

미술품 수집가 유복렬이 쓴 ‘한국회화대관’(1969)과 미술사가 김상엽 편저의 ‘경매된 서화’(2005)에 수록된 작품 중 해외에 흩어져 있던 것들이 공아트스페이스의 10여년 노력 끝에 국내 인사를 하게 됐다.

‘한국회화대관’은 해방 직후 광무국장을 지낸 유씨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친 1500년 한국회화사를 정리한 일종의 미술계 인명록이다. 작가별로 작품 사진을 수록하고 소장처와 내용 등을 적고 있다. ‘경매된 서화’는 일제강점기 미술품 경매기관인 경성미술구락부가 펴낸 경매 도록을 정리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 후기 말 그림의 대가였던 윤두서의 ‘마상인물도’이다. 배경을 간략화하고 인물과 말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윤두서만의 필치를 보여준다. 심사정의 ‘송하관폭도’, 장승업의 ‘신선도 대련’ 등도 득의작(得意作)이다.

국내 컬렉터의 소장품 가운데서도 오랜 만에 나들이 나온 작품들이 있다. 조선시대 화원화가로 쌍벽을 이뤘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윤복은 ‘미인도’로만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는 산수화로 분류할 수 있는 ‘염계상련’(정자에 앉아 연꽃을 감상하는 모습)과 물오리 한 쌍이 헤엄치는 모습을 담은 ‘유압도’가 나와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동덕여대와의 협력 하에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동덕여학단 조원영 이사장은 “한국회화대관 등에 수록됐으나 소재를 알지 못했던 명작들, 일제강점과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해외에 반출됐던 작품들이 이번에 첫 선을 보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4월 10일까지(02-730-1144).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