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바닷속 3만2000㎡ 샅샅이 뒤진다

입력 2017-04-02 17:39 수정 2017-04-02 21:31
전남 목포신항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전날 밤 도착한 모듈 트랜스포터 하역작업을 마무리한 뒤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모듈 트랜스포터는 반잠수선 화이트마린호에 선적된 세월호를 육지로 옮길 특수 운송 장비다. 뉴시스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미수습자 및 유류품을 수색하기 위한 작업이 2일 시작됐다. 2014년 11월 11일 정부가 미수습자 9명을 남기고 수색 중단을 발표한 이후 873일 만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밤부터 세월호 미수습자에 대한 수중 수색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잠수사를 철제 펜스 내부에 투입, 3만2000㎡ 면적을 총 40개 구역으로 나눠 해저유물을 발굴하듯 수작업으로 뒤질 계획이다. 구역당 크기는 가로 40m, 세로 20m다. 무거운 추 2개를 해저에 떨어뜨린 뒤 잠수사가 추를 이은 줄을 따라가며 1m 간격으로 야삽을 이용해 바닥을 훑어 나가는 방식이다.

잠수사들의 수작업 수색이 끝나면 수중음파탐지기(소나)를 동원해 2차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해수부는 세월호를 인양할 때 미수습자가 유실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세월호 주변 해저에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의 철제 펜스를 설치한 상태다.

해수부는 또 세월호 육상 거치에 앞서 마지막 절차로 세월호가 올려져 있는 반잠수식 선박 위 펄 제거 및 배수 작업에 전날 돌입했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펄이 반잠수식 선박 갑판에 20∼30㎝ 높이로 쌓여 있는 상황이다. 펄을 제거해야 세월호를 육상으로 옮길 특수운송 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가 세월호 선체 밑으로 진입할 수 있다.

펄에는 유골이나 유류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작업자 60여명이 전쟁유해 발굴 방식과 유사하게 수작업으로 펄을 퍼내고 있다. 유해발굴 전문가 2명이 현장을 감독하고 사진과 영상도 촬영하는 중이다. 펄 제거 작업은 4일까지 마칠 예정이다.

이날 오전 5시쯤에는 반잠수식 선박 갑판 위에서 5∼6㎝ 크기의 뼈 9점이 발견됐다. 지난달 28일 동물 뼈가 발견된 곳 인근으로 이번에도 동물 뼈로 판명됐다. 유류품으로 추정되는 물건들도 함께 나왔다. 이 가운데 일단 여권과 신용카드는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이준석 당시 세월호 선장의 소지품으로 확인됐다. 이 선장이 구조되면서 흘린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세월호를 육상에 올리려면 선체 무게를 더 줄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세월호 왼쪽 면에 배수구를 뚫는 천공 작업도 재개하기로 했다. 모듈 트랜스포터는 1만2000t을 감당하도록 설계됐는데 현재 세월호의 무게는 1만3460t으로 추정된다.

목포신항 현장에는 미수습자 유해가 발견될 경우에 대비해 이를 세척하고 건조하고 안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미수습자들은 3년 동안 물속에 있었기 때문에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해가 발견될 경우 시료만 채취한 뒤 즉각 강원도 원주 국과수 본원으로 보내 조속하게 신원 확인을 진행할 방침이다. 시료를 통한 DNA·치아 대조를 통한 신원 파악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