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강원도 평창과 강릉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회가 마무리 되면서 이제 개·폐회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난타’ 제작자로 유명한 송승환(61)씨가 2015년 7월 총감독에 임명돼 개·폐회식을 준비해 왔지만 총연출은 세 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씨와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씨가 각각 몇 달 만에 사퇴한 후 지난해 12월 연극 연출가 양정웅(49)씨가 최종 낙점됐다.
3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난타 사무실에서 송승환 총감독과 양정웅 총연출을 만났다. 두 사람이 동시에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개·폐회식 준비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
(송) “전체 콘셉트와 구체적인 연출안이 나와 지난 3월 13일 토마스 바흐 위원장 IOC에 보고했다. IOC의 공식 방송사인 OBS와도 회의를 했다. 개·폐회식은 현장 관객 3만5000명은 물론 전 세계 수억 명이 시청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방송사와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 이달부터는 제작 및 출연진 캐스팅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연습은 11월부터 서울과 강원도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개·폐회식 콘셉트는 무엇인가.
(송) “구체적 내용은 IOC와의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콘셉트는 전통과 현대의 융합으로 잡았다. 강박관념을 가지고 민속행사를 나열하는 것을 지양한다. 개회식이 한국의 전통을 세련되고 글로벌하게 보여준다면, 폐회식은 우리 고유의 흥과 K팝 등이 어우러진 파티가 될 것이다. 앞서 올림픽을 치렀던 중국 베이징, 영국 런던, 러시아 소치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자랑했지만 우리는 작은 규모 안에서 독창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지난해 정구호씨의 총연출 사퇴 과정에서 갈등이 크게 불거졌다. 팀워크는 어떤가.
(송) “정구호씨와 갈등은 없었다. 초기에 아이디어를 모으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이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정구호씨가 올림픽 외에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조직위와 조율이 잘 안되면서 사퇴하게 됐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로 경황이 없던 문체부가 내게 총연출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씨를 추천했다. 양정웅씨는 한국 전통을 녹여낸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해외에 자주 초청받아온 적임자다. 다만 시간이 촉박한 만큼 양정웅씨가 개회식을 맡고, 폐회식은 팀의 부감독인 뮤지컬 연출가 장유정씨가 맡기로 했다. 우리 셋은 함께 작업한 경험도 있어 팀워크는 매우 좋다. 나는 총감독으로서 프로듀서 역할에 충실하고, 두 연출가는 예술적인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늦었지만 더 잘 됐다고 생각한다.”
-평창 개·폐회식 총연출은 ‘독이 든 성배’처럼 부담스러운 자리다.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양)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가 총연출을 맡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동계올림픽 개회식은 스포츠 행사를 예술의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당시 TV로 개회식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제안을 받고 많이 망설였다. 욕먹을 게 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인데다 개회식 콘셉트에 대해 나와 송 총감독님의 생각이 비슷해서 결심하게 됐다.”
-지난해 정구호씨가 총연출을 사퇴하면서 개·폐회식 아이디어의 90%을 자신이 낸 만큼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개회식 이후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되는 것은 아닌가.
(양) “지난해 12월에 조직위에 와 보니 이미 큰 그림이 거의 그려진 상태였다. 내가 합류해 구성안을 구체화시켰는데, 정구호씨의 아이디어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특히 아이디어 대부분이 실내에 적합한 것이라서 춥고 바람부는 야외에서 열리는 평창 개회식에 맞지 않았다고 본다.”
-문체부가 최근 언론에 공개한 개·폐회식장은 규모가 상당히 작았지만 5각형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아이디어를 낸 이유는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최순실의 ‘오방낭’이 연상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은 대개 축구장에서 열리는 다른 올림픽과 달리 개·폐회식 전용이다. 올림픽 이후 활용이 어려운 만큼 낭비를 막기 위해 최대한 작게 지어달라고 했다. 건폐율(순수 건축부지) 2만8300㎡로 축구장의 ¼ 크기 정도이며 9월말 완공된다. 처음엔 눈을 형상화해서 6각형을 제안했지만 예산이 증가한다고 해서 공연 연출에 유리한 5각형으로 결정됐다. 오방낭과 아무 상관 없다. 덧붙여 내가 차은택 라인이라는 근거 없는 의혹은 그만 좀 제기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개·폐회식과 문화올림픽은 별개의 것인데도, 내게 문화올림픽 책임을 묻기도 한다.”
-개·폐회식장이 해발 700m의 야외에 위치한 만큼 날씨가 연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어떻게 준비하나.
(양) “기본적으로 바람이 강한 곳이라 개·폐회식장 상부를 사용하기 어렵다. 대신 바닥(하부)에 오르내리는 단을 만들어서 입체적인 연출을 할 계획이다. 송 총감독님과 함께 좋은 날씨를 달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다(웃음). 내년 2월 9일 오후 8시18분에 개회식이 시작되는데, 평균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눈이 오면 문화행사를 대폭 생략하는 플랜B를 가동시켜야 한다. 전체 예산 53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출연자 이동 비용과 함께 방한을 위해 사용될 정도인데, 날씨 때문에 못하게 되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개·폐회식에 집중하기 위해 송 총감독과 양 총연출은 각각 성신여대와 서울예대에 휴직계를 제출했다. 두 사람은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최악이다. 그동안 악조건을 극복하며 연극해온 경험과 헝그리정신으로 견디고 있다. 예술가로서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송승환·총연출 양정웅 “최악의 조건이지만 예술가 자존심 걸고 최선”
입력 2017-04-03 00:00 수정 2017-04-03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