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올 R&D에만 1조 투입 신제품 매출 3년내 16조로 2배↑

입력 2017-04-02 18:16
박진수 부회장
사업 다양화와 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추진 중인 LG화학이 올해 R&D(연구·개발)에만 1조원을 쏟아붓는다. 매년 10% 이상씩 규모를 늘려 2020년에는 투자금액이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성과창출로 연계해 올해 신제품 매출액을 2020년까지 2배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LG화학 박진수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열린 CEO간담회에서 “지난해 7800억원 규모였던 R&D 투자금액을 올해 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LG화학 매출액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R&D에 투입되는 인원도 지난해보다 700여명 많은 5300명 규모로 불어난다. 배터리 분야가 약 30% 비중을 차지하고, 기초소재·정보전자소재·생명과학·신사업 등이 각각 10∼20%를 차지한다.

박 부회장은 R&D 투자확대 이유를 설명하면서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구 창업주는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부터 착수하라. 성공하더라도 머물지 말고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것, 한층 더 큰 것, 보다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는 말을 남겼었다. 이날 간담회가 진행된 기술연구원은 이런 창업주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1979년 건립됐다. 당시 약 70명의 연구 인력이 35억원의 예산으로 R&D를 진행했다.

박 부회장은 ‘연구를 위한 연구’는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전략과 연계해 성과창출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R&D 생산성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조1000억원이었던 R&D를 통한 신제품 매출액을 올해 8조50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2020년에는 2배 가까운 16조3000억원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박 부회장은 “무조건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을 만드는 게 R&D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의 R&D 강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전지부문에서는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으며, 기초소재 분야에서는 SAP(고흡수성수지)와 합성고무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날 연구원들은 150도 이상 온도를 견디는 배터리분리막과 500배의 물을 흡수하는 SAP 등 기술연구원의 R&D 성과들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위한 R&D도 집중 추진된다. LG화학은 에너지·물·바이오·신소재를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로 규정, 해당 분야에서의 핵심·원천 기술을 발굴 중이다.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혁신전지, 세라믹 분리막 소재를 적용한 필터 및 차세대 수처리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LG화학은 LG생명과학과 팜한농을 인수하면서 사업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LG생명과학을 통해 유전자기술 및 혁신신약·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나서고 있고, 팜한농을 통한 그린바이오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미래 기술을 위한 연구는 내년 1월부터 운영 예정인 서울 강서 마곡의 ‘LG사이언스파크’에서 중점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전 기술연구원은 LG화학 R&D의 허브 역할을 맡고, 경기 과천의 R&D센터에서는 배터리 분야 연구가 중점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