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 정세가 갈수록 심상치 않다.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반도의 긴장이 상당이 고조돼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인한 대립, 갈등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의 외교안보 고위 관리들은 연일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을 비핵화 지점으로 데려가려는 외교적 접근법은 실패했다”며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동의 전투를 벌여야 하므로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테이블 위에 모든 가능성을 올려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견지하고 이를 재천명한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이 변화하도록 하여 문제 해결의 출구를 마련하려 한다. 미국 의회는 대북 원유 판매 및 북한 노동자 고용 기업 제재 등 ‘자금 유입 차단’을 핵심으로 한 대북제재 현대화법과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국무부도 최근 중국 기업과 개인 9곳을 제재한다고 하며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개인 제재)의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 보인 접근방식과는 다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기대하는 만큼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이지 않고 있다.
한편 북한은 미국의 이러한 압박에 대응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을 수차례 했으며, 조만간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한·미와 대화해 대결 국면을 풀어가자는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이 무조건 핵·미사일 개발로 치닫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북한은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핵·미사일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정상회담 시 북핵 문제 논의에 영향을 주려 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 수위가 높아진 한반도 정세의 대결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한·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군사적 방식의 해법은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선택돼서는 안 된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와 중재 역할도 새로운 해법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이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 북한을 완전히 굴복시켜 핵을 폐기하게 할 수 있는 해법이 있을까?
군사적 해법도, 중국을 통한 방안도 현실적이지 않다면 일단 제재와 병행한 협상을 통해 북한의 일방적인 질주를 우선 멈추게 해야 한다. 이후 점진적, 단계적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더욱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우선 강 대 강 대결 상황의 악화를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미·중 간 패권 경쟁에 따른 갈등 양상이 한반도라는 완충지대를 빌려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기 이익 중심의 미·중 간 경쟁과 갈등, 타협의 결과에만 따라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과 이익이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미·중이 어떤 계산과 전략을 갖고 타협·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도 국가 전략 이익에 맞는 틀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먼저 북핵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이에 미·중이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이관세 경남대 석좌교수(전 통일부 차관)
[한반도 포커스-이관세] 선제적인 북핵 해법 제시를
입력 2017-04-02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