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서점가에는 일본 여성 작가들의 에세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거나 결혼 출산 육아 문제 등을 심도 있게 살핀 책들이다. 핸드백에 넣고 다녀도 부담 없을 정도로 책의 크기가 아담하다는 것도 이들 에세이의 공통점이다.
1967년생으로 노마문예신인상 나오키상 등을 수상한 가쿠타 미쓰요의 ‘무심하게 산다’(북라이프)는 나이 듦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린 수필집이다. 저자는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한탄하며 젊은 날을 추억하기보다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인생을 관조한다. 주름진 손등이나 자신의 달라진 입맛을 확인하면서 세월의 의미를 되새기는 목소리가 인상적인 책이다.
“앞으로 분명 갱년기 장애가 시작되거나 얘기치 못한 병을 앓기도 해서 이런 식으로는 변하고 싶지 않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때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된 내가 지금의 나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새로운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베스트셀러 작가 소노 아야코의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책읽는고양이)는 결혼 문제를 다룬 에세이다. 그는 결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을 알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냉정하면서도 따끔한 조언을 전한다. “인간의 일생은 어떤 방식의 삶이라도 본인만 행복하면 된다. 그러나 거기에, 그 사람의 생애를 걸고 선택한 ‘한 인간을 대하는 방법’이 이치에 맞아야 한다.”
우에노 지츠코 도쿄대 명예교수가 시인 미나시타 기류와 공동으로 펴낸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동녁)도 눈길을 끈다. 특히 지츠코 교수는 사회학자답게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혼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반박한다.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었다.
사카이 준코의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arte)는 ‘자녀 없는 인생’에 대해 숙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저자는 아이가 없으면 마치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여기는 세간의 시선을 마뜩찮아 한다.
“앞으로는 아이가 없는 여성들을 차별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즉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여성은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겁니다. 그러나 아이가 없는 여성의 경우 아이를 키우지 않는 동안에 다양한 경험을 쌓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것만이 ‘인간성을 성장시키는 행위’는 아닙니다.”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서점가 페미니즘 열풍 2.0 … 日 여성작가들 에세이 바람
입력 2017-04-0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