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빼는데만 2∼3일… 육상 완전 거치까지 일주일 소요

입력 2017-03-31 18:14 수정 2017-03-31 21:00



바닷속에 있던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닿았지만 뭍으로 올라오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반잠수식 선박에 실린 세월호를 철재부두에 올리는 일은 부두와 선박의 높낮이를 맞추고 특수 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 462대에 골고루 무게를 나누는 예민한 작업이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부식된 세월호 선체를 정리하고,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일을 거치고 나서야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에 들어갈 수 있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현장수습본부장은 31일 브리핑에서 “모듈 트랜스포터에 세월호가 진입하도록 하는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부두와 나란하게 접안된 상태에서 세월호 안에 있는 해수와 펄 등을 빼야 한다. 선체 밑으로 흘러내린 것들도 제거해야 한다. 모듈 트랜스포터가 세월호 선체 밑으로 들어가서 옮기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반잠수식 선박의 위치도 바꿔야 한다. 모듈 트랜스포터가 반잠수식 선박의 선미 쪽으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잠수식 선박의 접안 위치 선정도 중요하다.

그사이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선 모듈 트랜스포터 설치에 들어간다. 주로 조선소에서 대형 블록 등 운반에 사용하는 길이 114.8m, 폭 19.6m의 모듈 트랜스포터는 1대당 26t의 중량을 짊어질 수 있다.

무게중심을 맞추고 시운전을 끝내면 파도가 잠잠한 소조기가 시작되는 오는 4일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반잠수식 선박과 모듈 트랜스포터 간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육상 거치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수평을 유지하지 못하면 균형이 틀어져 선체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수부가 신중하게 작업하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모듈 트랜스포터의 속도는 사람이 걷는 모습을 ‘슬로비디오’로 돌린 것처럼 느리다. 전체 작업시간만 6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가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완전히 거치되는 시점을 오는 6일로 내다본다. 뭍으로 완전하게 올라오고 나면 세척과 방역 작업을 끝내야 한다. 이후에 미수습자 수색과 유류품, 화물조사 등을 한다. 전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제안한 ‘로봇캠’ 투입도 고민하고 있다.

모든 작업에는 유해 발굴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현재 해수부는 해양경찰 6명,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0명 등 총 16명의 신원확인팀을 운영하고 있다. 미수습자들이 발견되는 수준에 따라 인력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유해 발굴의 권위자인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목포신항 현장수습본부 및 현장작업인력을 대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또 미수습자로 추정되는 유해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에 보내 유전자 감식 작업을 진행한다. 미수습자 가족, 유가족의 유전자와 대조할 방침이다. 보통 유전자 감식에 걸리는 기간은 2개월 정도지만 정부는 국과수에 신속한 진행을 요청한 상태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