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국의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무역적자가 많이 발생하는 나라들에 대해 향후 90일간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또 미국시장에 덤핑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나라들에 벌칙성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엿새 앞두고 중국을 우선적으로 겨냥한 조치다. 중국은 미국의 교역상대국 중 흑자 규모 1위국이다.
하지만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무역적자 실태 조사 대상에 한국도 포함된다고 밝혀 한국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30일 트위터에 “다음주 중국과의 만남은 매우 어려운 만남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더 이상 막대한 무역적자와 일자리 유출을 감내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미국 기업들은 다른 대안을 찾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해 중국에 대한 강경한 무역정책을 예고했다.
이는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미국 시장에 파는 미국 기업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걸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기업들에 ‘다른 대안을 찾으라’고 경고한 것은 중국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 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라는 메시지다.
로스 장관은 행정명령 발동 직전 30일 백악관에서 가진 전화 콘퍼런스(회견)를 통해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해 3470억 달러(약 388조원)로 가장 많았다”고 지적했다.
로스 장관은 이어 무역적자 실태 조사 대상국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인도 대만 프랑스 스위스 태국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을 추가로 언급했다.
트럼프가 중국 등과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은 자유무역의 피해자들로 여기는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다. 또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 폐기 실패, ‘러시아 커넥션’ 스캔들 부각, 반(反)이민 행정명령 무산 등으로 30%대까지 추락한 국정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가 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지만, 대외 무역협상은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개정할 경우 협상개시 90일 전에 행정부가 의회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협상개시 30일 전에는 협상목표를 의회에 설명해야 한다.
트럼프가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지만 무역협상을 진두지휘할 사령탑은 아직 공석이다.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아직 상원의 인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공언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일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실태조사 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려고 시도하더라도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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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시진핑맞이?… 中 겨냥 보호무역 행정명령
입력 2017-04-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