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의 시신이 31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도착했다.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은신해온 암살 용의자 2명도 같은 항공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들과 맞교환된 말레이시아인 9명은 북한에서 풀려나 본국으로 돌아왔다.
겉보기엔 김정남 피살 사건에서 비롯된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봉합된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이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를 부정하고 나아가 이번 사건을 체제선전에 활용할 경우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남 살해에 연루된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은 이날 새벽 말레이시아 항공편을 이용해 베이징에 도착한 뒤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이동했다. 당초 1일 출발하는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하루 머물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신 부패를 우려해 이날 낮 12시 중국국제항공 항공편으로 평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양국이 김정남 시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한 데 따라 그간 억류됐던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 등 9명은 말레이시아가 평양에 보낸 전세기편으로 이날 오전 5시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아니파 아만 외무장관이 직접 공항을 찾아 이들을 맞았다. 주북한 말레이시아대사관 외교관 모드 노르 아진 자인은 “괴롭힘을 당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을 둘러싼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협상에서 북측은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닌 북한 외교관 ‘김철’이며 부인인 ‘이영희’가 남편의 시신을 평양으로 돌려받길 요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억지 주장으로 일관하는 북한이 향후 신경작용제 VX에 의한 사망이라는 수사 결과를 뒤엎고 한국과 미국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말레이시아로선 ‘인질’로 잡혔던 자국민들이 모두 풀려난 만큼 공세를 강화할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사라왁주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적발한 북한 근로자 50명에 대해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보도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北 “김철 아내 이영희가 시신 요구”
입력 2017-04-0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