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수감된 서울구치소 박근혜정부 ‘실세’ 다 모였네

입력 2017-03-31 18:34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면서 서울구치소는 국정농단 주범들의 최종 종착지가 됐다. 면면이 화려하다. 전직 장·차관급만 6명으로 남부구치소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옛 박근혜정부가 구치소로 옮아갔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서울구치소 독방은 국정농단 주범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왕실장’이라 불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필두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덕·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벌써 한 달 넘게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과 김종 전 문체부 2차관도 마찬가지다. 전직 장·차관급이 6명이나 되다 보니 ‘국무회의를 열어도 되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들 외에도 이번 사태의 장본인으로 꼽히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 박근혜정부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역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재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와 있다. 원래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거물급 인사들이 많이 수감돼 ‘범털(사회적 지위가 높은 수용자를 일컫는 은어) 집합소’로 유명한 서울구치소지만 지금이 ‘역대급’이란 평가를 받는다.

국정농단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국정농단 사건 초기 최씨와 한 구치소에 있을 경우 내부적으로 연락을 취할 우려가 있어 취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정 전 비서관은 서울구치소 김 전 차관과 차 전 단장 등과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총 21명이 구속됐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구속을 피한 문고리 2인방을 제외하면 사실상 박근혜정부를 움직였던 주요 인사들이 전부 구치소에 있는 셈이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정부 인사의 ‘구치소 입주’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