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누구인가… 슬롯머신 수사로 ‘모래시계 검사’ 명성

입력 2017-03-31 18:06 수정 2017-03-31 21:11
홍준표 경남지사가 31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홍 지사는 이날 선거인단 득표율과 여론조사 지지율을 반영한 합산 득표율 54.2%를 기록해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고시에 합격해 ‘모래시계 검사’라는 명성을 얻었다. 정치적 부침이 있었지만 국회의원 4번과 여당 대표를 거쳐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홍 지사는 31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대선 승리의 전략으로 ‘우파 결집’을 꺼내 들었다. 이른바 ‘태극기 민심’으로 불리는 강경 보수층과 표류하는 온건 보수층까지 모두 끌어안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중도나 무당파로 떠난 옛 보수층을 다시 불러 모으는 것도 난제다. 그는 “여야 정당 사상 처음으로 계파 없이 ‘독고다이’(일본어로 특공대라는 뜻)로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쉬운 일은 아니다. 유승민 후보는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홍 지사와의 단일화 논의 자체에 부정적이다. 유승민 캠프의 지상욱 수석대변인은 “홍 지사는 ‘큰집’(한국당)에 돌아오라고 했는데 진짜 큰집(교도소) 가실지도 모를 분이 무슨 말씀이냐”고 반박했다. 홍 지사의 막말 논란도 걸림돌이다.

경남 창녕 출신인 홍 지사는 이날 “아버지는 국졸도 아닌 무학(無學)이고 어머니는 문맹”이라며 “부모로부터 유산을 받은 게 단 1원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무지렁이 출신으로 옛날의 등급으로 치면 천민 출신”이라고도 했다. 홍 지사는 과거 “고리 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에서 끌려 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회고했을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홍 지사는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사건 수사로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권유로 정계에 입문, 4선 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저격수’로 대여(對與) 공세에 앞장섰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됐지만 ‘디도스 사건’에 휘말리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9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