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 대통령 구속] 연두색 수의 입고 3.2평 독방 수감

입력 2017-03-31 18:02 수정 2017-03-31 21:00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검찰 호송 차량을 타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지지자들이 든 태극기와 성조기가 보인다. 뉴시스
3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왼쪽)과 31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로 가는 모습이 대비된다. 올림머리는 헝클어졌고 표정은 초췌하다. 김지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태운 호송차는 31일 오전 4시45분쯤 서울구치소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미결 수용자 생활의 시작이었다. 그의 거처는 지난 3주 만에 청와대 관저→삼성동 자택→구치소 독거실(독방)로 급전직하했다.

‘신입자’로 분류되는 박 전 대통령은 인적사항 확인 및 간이 건강검진, 신체검사 등을 받았다. 입고 왔던 옷과 소지품을 모두 영치하고 수인번호가 달린 연두색 수의를 입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유치시설에서 대기하던 중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화장실로 가서 직접 올림머리 고정에 쓴 머리핀을 뽑고, 화장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머그 샷(mug shot)’으로 불리는 수용기록부 사진 촬영을 한 뒤 구치소 생활 안내를 받고 독방으로 들어갔다. 모포와 세면도구 수건 수저 운동화 등 기본물품이 지급됐다.

거처는 다른 재소자들 접근이 차단된 일반 여성수용자 사동 가장 안쪽에 마련됐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수감 때는 일반 사동과 떨어진 별도 건물에 특별 거실이 설치됐다. 당시 검찰과 교정 당국은 전직 대통령 수용실 문제를 사전에 조율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감방 공사 등 사전 준비는 특별하게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예우 및 경호·경비 문제 등을 감안해 재소자 6∼7명이 함께 쓰는 혼거실을 혼자 쓰도록 일부 개조해 10.57㎡(약 3.2평) 크기의 방을 마련했다고 한다. 일반 독방(6.56㎡·약 1.9평)보다는 크다.

방에는 TV도 있지만 교화방송센터가 드라마, 쇼 프로그램 등을 편집해 내보내는 한 개의 채널만 볼 수 있다. 식사는 통상 한 끼에 1440원짜리 1식 3, 4찬과 국이 나온다. 이날 식단은 아침 식빵·치즈와 야채샐러드, 점심 뼈우거지탕과 콩나물무침, 저녁은 시금치된장국과 두부조림 등으로 돼 있다. 식판 설거지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비교적 자유로운 접견이 가능한 변호인을 통해 수감생활 조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서향희 변호사 부부가 옥바라지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글=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