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31일 법정에 출석한 최순실(61·구속 기소)씨는 침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비리 공판에서 최씨는 다소 피곤한 기색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1시간20분가량 진행된 재판을 담담한 얼굴로 임한 뒤 말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최씨 측 변호인 최광휴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최씨) 심정이 말이 아닐 것”이라며 “본인이 지금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지난 10일)와 검찰 출두(지난 21일)일에 모두 법정에 있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일에는 법정 주변 대기공간에서 대성통곡했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당일에는 200m 거리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최씨는 구치소에서 접하는 뉴스와 변호인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상황을 전달받고 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발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불구속 수사·무죄 추정 원칙이 다 무너졌다”며 “적어도 많은 경험이 있는 수석부장판사한테 영장을 맡겼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동성(37)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며 “장시호씨가 영재센터 설립 참여를 먼저 권유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장씨, 최씨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최씨가 누군가와 전화를 하자 장시호가 ‘조용히 하라’고 했다”며 “차에서 내린 뒤 물어보니 장시호가 ‘VIP(대통령)’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VIP가 대통령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술자리에서 듣고 알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영재센터 활동을 거부한 뒤 최씨에게 “왜 안 하려고 하느냐, 네가 그러고도 한국에서 살 수 있겠느냐”는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장씨와의 연인 관계에 대해서는 “대학시절 사귀었을 뿐”이라며 ”2015년 3월 아내와 이혼을 고려하는 힘든 상황에서 장씨와 문자메시지는 많이 주고받았지만 사귀지는 않았다. 판사님께서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요청한 뒤 “아내와 봉합해서 잘 살고 있는데 영재센터와 관련해서 안 좋은 소문으로 가족들한테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내가 영재센터에 관여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박 전 대통령 수감된 날, 법정에 선 최순실 “···”
입력 2017-03-31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