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선 마지막 토론회에서 “참여정부 때 당정 분리는 우리 현실에 안 맞았다”고 규정했다. 당정일체를 통해 대통령과 당이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최대한 우호적으로 해석해도 대통령이 되면 차기 집권여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여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 만들려는 의도라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비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끈끈한 동지’라고 했던 문 전 대표이기에 발언 배경이 의아스럽다. 당정 분리는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었다. 대통령들이 인사 등을 통해 여당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던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문 전 대표와 함께 추진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적폐 청산을 부르짖어온 그가 전임 정부의 최대 적폐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계속하겠다는 말과 진배없다. 친박계를 앞세워 여당을 좌지우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행태와 뭐가 다른가.
문 전 대표의 정치관만 문제가 아니다. 그의 공약에는 성장 대책이 전혀 없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변되는 안보관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불안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호감도 1위 후보로 드러나고 있다. 그의 정치철학과 행태에 대한 국민의 거부 정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문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해 있다. 그러나 자신의 콘텐츠가 아닌 전임 대통령의 실정과 노무현 정권 계승자라는 이미지 덕이 크다. 좀 더 정교한 발언과 자신만의 콘텐츠가 없다면 ‘30% 대세론’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 선거판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사설] 문재인, 제왕적 대통령제 답습하려는가
입력 2017-03-31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