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 13%밖에 안 된다니

입력 2017-03-31 18:35
국공립대 여교수회연합회가 31일 출범하면서 공개한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은 민망하다. 2013년 기준 13.1%로 사립대의 23.1%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나마 2004년 도입돼 2010년까지 계속된 ‘여교수 채용목표제’ 덕분이라고 한다. 최고 지성인 대학 내 성불평등이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은 물론 학문 발전과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74.6%로 남성(67.3%)보다 높고 석·박사 재학생 중 절반가량이 여학생이다. 시간강사 중 여성 비율은 47%에 달한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카르텔이나 편견이 있지 않고서는 대학 교수의 87%가 남자라는 사실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똑같은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여성들은 시간강사에 머무는 반면 남성만 정교수에 오르고 보직을 맡는다면 불합리하다. 오죽하면 고스펙 여성들 사이에서 ‘남자가 스펙이다’라는 자조적인 말들이 나오겠는가.

우리나라는 남녀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크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꼴찌 수준이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을 높이는 것은 지속 성장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를 위해 대학을 비롯해 각 분야에 여성 채용의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모든 위원회의 여성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다. 대선주자들도 단계적인 남녀 동수 내각, 여성 장관비율 30%로 상향 등의 공약을 말뿐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