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파면된 뒤 곧바로 수의를 입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개인적으로 씻을 수 없는 불명예이자 헌정사에 또 하나의 비극이다. 지지 여부를 떠나 국민들은 국격이 한없이 추락하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권력의 정상에 있던 대통령이 구속되는 모습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법원은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지만 이는 구속을 결정한 이유에 불과하다. 최종적인 유무죄 여부는 법원이 수십 차례 공판을 거쳐 판단할 것이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특검 및 헌법재판소와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며 법적 대응보다 맹목적 지지자에 기대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동시에 일부 정치인은 사법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말로 국민들을 자극하고 분열을 부추겼다. 이는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우리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지도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국민 대부분의 소망에 배치된 행동이었다. 이제 박 전 대통령 측은 헌법과 법이 보장한 절차에 따라 법정에서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뒤 표류 중인 국정이 정상으로 복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비선실세의 사익 추구에 국가권력이 동원되는 동안 이중삼중으로 짜여진 권력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적폐를 발본색원하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출세를 위해 윗선의 잘못된 지시를 아랫사람에게 강요하는 부조리의 사슬도 끊고, 정경유착을 대체할 새로운 기업경영 모델을 찾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는 5월 선거에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고 국정운영 시스템을 신속하게 복구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국정을 복원하고 어떻게 지금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구태의연하게 기득권 세력에 기대 숫자놀이에 몰두하는 정치인은 철저히 걸러야 한다.
[사설] 박근혜 구속… 법치주의 확인했지만 안타깝다
입력 2017-03-31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