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상 춘분이 지났다. 이때쯤 따스한 햇볕이 쏟아지면서 한 해 농사 준비에 농촌은 활기가 돈다. 땅심을 높이기 위해 땅을 갈아 퇴비를 넣으면서 좋은 씨앗을 고르느라 분주해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농촌에서만 보아왔던 풍경을 도시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바로 ‘도시농업’을 시작하는 도시농부들 덕분이다. 도시농업은 말 그대로 도시의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해 취미나 여가, 학습·체험 등을 목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도시농부들은 160만명이 넘었고, 재배면적은 1000㏊를 넘어섰다. 2010년과 비교하면 10.5배 증가했고, 면적도 9.6배 늘어났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민들이 이처럼 도시농업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주5일제로 삶에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산물을 직접 길러 먹으려는 욕구에 웰빙과 힐링 문화가 결합한 것도 요인이다. 때문에 도시농업에 ‘힐링농업’이라는 애칭이 붙어 다닌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예행연습으로 도시농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도시농업은 취미, 교양,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농업은 어린이들의 정신과 육체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매우 훌륭한 교육수단이다. 도시에 살며 좀처럼 흙 만질 기회가 없었던 자녀와 함께 온 가족이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채소를 기르는 활동이 언어폭력성을 낮추는 데 효과가 크다. 농촌진흥청이 ‘공감·배려증진 도시농업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초등학생에게 적용한 결과 욕설·조롱·협박 등 언어폭력성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보다 낮아졌음을 확인한 바 있다. 교실 내에서 각자 원하는 채소를 선택해 기르면서 식물로 자신의 감정변화를 표현하는 활동이 친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식물을 통해서 사람들은 용서받고 안도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생명력이 강해서 실수를 해도 회복해서 꽃이 피고 열매도 맺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주말농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이웃과 나눌 수 있고, 주말농장으로 초대할 수 있는 점이 도시농업의 큰 장점이라고 응답했다. 도시에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활동은 전통적 농업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일이자 소비 중심의 도시를 생산 가능한 도시로 바꾸는 데 일조한다. 도시와 농업의 상생의 길을 열기도 한다. 도시농업에 참여한 뒤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어려움을 공감하게 됐다는 농진청의 설문 결과도 있다. 도시농업을 통해서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도시농업은 땅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농업이다. 아파트에 살면 베란다가 실내 텃밭이 된다. 비교적 기르기 쉬운 상추나 토마토부터 시작해보자. 주말농장이나 지자체의 공공형 텃밭으로 눈을 돌려봄직도 하다. 공공형 텃밭의 경우 선착순 신청을 받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꽃샘바람이 부는 요즘이다. 도시농부들에게 꽃샘바람조차 설렘으로 다가온다. 바람결에 묻어온 봄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올봄에는 무엇을 심을까’ 생각하며, 주말 텃밭으로 향하는 모든 도시농부를 응원한다. “도시농부들이여, 몸과 마음을 동시에 즐겁게 만드는 힐링 농업을 온 가족이 맘껏 즐기시라!”
정황근 농촌진흥청장
[기고-정황근] 도시생활의 힐링, 도시농업
입력 2017-03-31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