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한 번씩 프로배구 코트에 나서는 강행군이 열흘 넘게 이어졌다. 체력의 한계에 부딪힌 IBK 기업은행 선수들은 이날도 링거를 맞고 경기에 나섰다. 4세트 24-18에서 흥국생명 김나희의 서브가 네트에 걸렸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기업은행 홈코트 천장에서 대형 통천이 내려왔다. ‘2016-17 V-LEAGUE CHAMPIONS’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2년 만에 챔피언에 복귀한 기업은행 선수들은 이정철 감독을 코트에 쓰러뜨린 채 발로 밟았다. 혹독한 훈련에 대한 보복이었다. 이 감독은 몰매를 맞으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기업은행은 30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대 1(26-24 25-20 18-25 25-18)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한 기업은행은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기업은행은 2012-2013, 2014-2015 시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챔피언에 등극했다. 불과 창단 6년 만에 3차례나 우승하며 신흥명문의 위상을 보여줬다.
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매디슨 리쉘은 기자단 투표에서 29표 중 21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리쉘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 청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강철 체력을 자랑하며 4차전에서도 맹폭을 퍼부어 36득점을 올렸다. 리쉘은 1차전에서 공격 성공률이 38.36%(28득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 3차전에서 각각 52.54%(33득점)와 44.32%(42득점)를 기록하며 시리즈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기업은행의 우승 비결은 선수들의 부상 투혼과 강한 정신력이었다. 베테랑 세터 김사니 등 몸이 성치 않은 주전들은 주저 없이 코트에서 몸을 날리고, 후배들을 격려하며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기업은행 선수들은 지난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30일 챔피언결정전 4차전까지 이틀마다 경기를 치렀다. 선수들은 링거를 맞아 가며 버텼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된 점을 고려해 정상적인 대결로는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챔피언결정전 2차전부터 과감한 모험을 택했다. 센터 김희진을 라이트로, 라이트 박정아를 레프트로 전환한 것이다. 또 센터 유미라, 레프트 채선아, 리베로 노란 등 체력을 비축한 비주전들을 대거 내보냈다. 이 감독의 승부수는 멋지게 통했다.
이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 줘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명문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은 경험부족으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통합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4경기가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됐다. 우리 선수들에게 다음 시즌에는 우승 축가를 듣도록 하자고 다독였다”고 말했다.
화성=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기업은행, 세 번째 ★ 달다… 정규 1위 흥국생명 제압
입력 2017-03-31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