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동안 떨어지지 않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결핵 후진국’이다. 항결핵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인구의 절반이 결핵으로 사망했으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매년 3만여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2200여명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있다. 특히 OCED 국가 중 결핵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 1위를 유지해오고 있어, 결핵 후진국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결핵 퇴치를 위해 2011년 ‘결핵조기퇴치 NEW 2020 플랜’을 수립했고, 2013년 ‘제1차 결핵관리종합계획’을 발표해 2020년까지 결핵 환자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좀처럼 줄지 않던 결핵 환자가 201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 지난해까지 8600여명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환자 감소세가 정체 상태로 있어, 여전히 국내 결핵 발생률은 높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은 한국전쟁 당시 열악한 상태에서 결핵균에 광범위하게 노출됨에 따라 잠복결핵 감염률이 높은 상태다. 잠복결핵 상태였다가 만성질환 등 면역저하 시 쉽게 결핵으로 발병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에 정부는 보다 획기적인 결핵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 지난해 3월 선제적 예방에 중점을 둔 ‘결핵안심국가 실행계획’을 마련했다. 기존까지의 정책이 치료 중심이었다면 ‘결핵안심국가’는 잠복결핵 단계에서 조기발견과 발병 전 치료로 결핵발병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34만 명에 대한 잠복결핵검진을 시작으로, 180만여명에 대해 잠복결핵 검진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치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선 3월부터 의료기관,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등 집단시설 종사자 38만 명을 비롯해 학교 밖 청소년 1만 명, 교정시설 재소자 4만 명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잠복결핵검진을 실시한다. 또 4월부터는 고교 1학년 학생과 교원 47만 명을 검진하고, 7월에는 만 40세(1977년생) 건강진단 대상자 64만 명에 대해 잠복결핵검진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교육부와 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년간 결핵 환자가 발생한 고등학교가 전체 고교의 절반 수준인 48%에 달한다며, 고등학생 대상 잠복결핵검진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검진사업은 전체 고1 학생 52만여 명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전문 검사기관인 대한결핵협회가 고등학교를 방문해 채혈 후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IGRA)를 통해 잠복결핵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양성 판정을 받은 경우 지역보건소에 등록해 치료과정 및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 받은 후 치료에 동의하는 경우에 한해 무료 치료를 시행한다.
그렇다면 잠복결핵은 결핵과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말하는 결핵은 ‘전염성 결핵’으로, 결핵이 발병된 상태를 말한다. 타인에게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세한 침방울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감염됐을 경우 2주 이상 기침이 나는 것이 주요 증상이며, 그 외에도 객담이나 혈담, 객혈, 발열, 체중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은 되었지만 아직 전염성 결핵으로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감염이 되었어도 타인에게 전파는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결핵과 다르게 특별한 증상이 없고, 폐에 병변이 없어 흉부 X선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잠복결핵감염자는 면역력이 약해지면 결핵으로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잠복결핵 중 10%는 결핵으로 발병될 수 있으며, 이중에는 감염된 후 1∼2년 내에 발병하거나 또는 평생에 걸쳐 발병하기도 한다. 단 치료시에는 최대 90% 수준으로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결핵의 경우 표준 치료기간은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먼저 초기 집중 치료기에는 2개월 동안 4가지 약제(이소니아지드, 리팜핀, 에탐부톨, 피라진아미드)를 복용해야 하며, 후기 유지 치료기에는 4개월 동안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 2가지를 복용한다. 잠복결핵의 경우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 약제 2가지를 3개월 동안 복용하거나, 이소니아지드만 9개월 동안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결핵균 특성상 균이 서서히 자라고 간헐적으로 증식하기 때문에 한 번에 모두 살균되지 않는 것이 결핵 치료가 오래 걸리는 이유다.
조경숙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장은 “올해 결핵안심국가 계획은 집단시설 종사자 대상 잠복결핵 검진이 핵심이다. 그런데 잠복결핵은 다른 전염병과 다르게 전파력이 없는데도 집단시설 내 감염자에게 낙인효과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검사 결과는 개인한테만 전달하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언제 결핵으로 발병할지 모르기 때문에 감염자들에게 치료를 받도록 권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조 과장은 “만약 이번 계획을 통해 목표 달성을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노인이나 노숙자, 외국인 등 고위험군 대상으로도 잠복결핵검진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결핵 후진국’ 오명 벗기 잠복결핵 퇴치에 달렸다
입력 2017-04-02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