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전체 고등학교의 절반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했다. 결핵은 대표적인 후진국형 질환인데, 한국은 감염률과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부는 결핵 감염률을 낮추기 위해 다음달부터 고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을 실시키로 했다.
결핵 신환자(해당 연도에 새로 확인된 환자)는 15세 이후에서 급격히 증가한다. 지난해의 경우 10∼14세에서는 10만명당 4.2명이었는데 15∼19세는 23.5명으로 5배나 많다. 전국 2344개 고교 중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결핵환자가 발생한 학교는 1093곳(46.6%)이었다. 같은 기간 고교생 신환자는 1166명이다.
청소년기에 결핵 발병률이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조경숙 과장은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고 성장 관련 단백질과 칼슘 대사가 활발해져 결핵에 취약하다는 학설이 있다”며 “영아 때 맞는 결핵 예방접종인 BCG 효과도 이때가 되면 거의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2015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은 80명이었다. OECD 국가 중 2위인 포르투갈(23명)의 4배 가까이 많다. 사망률도 인구 10만명당 5.2명으로 2위인 칠레(2.7명)의 2배에 가깝다.
후진국형 질환인 결핵이 한국에서 많이 발병하는 원인에 대해 조 과장은 “6·25전쟁 당시 피난하면서 집단활동 등으로 잠복결핵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며 “결핵 신환자 수도 6·25를 겪은 세대에서 급격히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6·25 때 잠복한 결핵균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결핵균이 몸속에 잠복하더라도 감염자 90%에게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데, 나이가 들어 면역력이 약해지면 활동하게 되는 경우다.
결핵 감염률이 높은 북한과 인접한 휴전선 부근에 결핵 환자가 많다는 속설에 대해 조 과장은 “결핵은 기침 등 호흡기로 전염되는 질환으로 사람의 접촉이 없으면 전염될 수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30여년 전 잠복결핵 검진을 실시해 결핵 감염률을 많이 낮췄다”며 “결핵은 한 세대가 지나야 감염률을 박멸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고교 1학년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 사업을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대한결핵협회가 직접 고등학교를 방문해 채혈한 뒤 잠복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양성으로 판별받은 학생은 지역 보건소에 등록돼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투데이 포커스] 결핵환자 급증… ‘6·25때 잠복균’이 주범?
입력 2017-03-30 17:59